[성명]

구성원 배제한 ubc 울산방송 매각 논의, 당장 중단하라!

 

지상파지역민영방송인 ubc울산방송의 최대주주 변경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최대주주인 한국프랜지공업과 현 울산방송 경영진, 인수 의사를 밝힌 삼라마이다스(SM)그룹 등 관련 당사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부산경남지역 민영방송인 KNN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하니, 양상은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하지만 매각을 둘러싼 논의에서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빠져 있다.

 

첫째, 구성원들이 배제되고 있다. 방송사의 최대주주 변경은 구성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 미래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방송 경영진과 최대주주는 울산방송 매각을 결정할 때까지 매각 추진 상황과 세부 조건을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하거나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울산방송의 위기 상황과 발전 방향, 혁신 동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주체는 구성원들임에도 이들과 소통하지 않는 매각 추진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둘째, 오늘 날 울산방송을 포함한 지역방송의 위기 원인과 극복 방안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 인수 의향을 내비친 사업자들이 제시하는 ‘고용 승계’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대 주주 변경을 승인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제시할 것이다. 이를 두고 이견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울산방송 경영진과 최대 주주, 인수전에 나선 사업자는 울산방송이 왜 이러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 지역 시청자들의 의견과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지상파방송의 공적 책무와 공공성에 대한 논의 없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한 매각’으로 쟁점을 좁히는 것은 방송을 시장의 논리에 내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위와 같은 중요한 전제에 동의할 수 없는 기업이라면 인수 논의에서 당장 손을 떼야 한다. 언론노동자들은 울산방송을 ‘먹잇감’으로 여기는 기업들의 진출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방통위는 방송사 최대주주변경을 ‘시장 내 사업자간 거래’에 맡겨서는 안 된다. 방통위는 그동안 지역민영방송 관련 정책을 최대주주 지분 규제 완화, 자체 편성 비율 축소 등 시장 지향적으로 추진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방송의 지역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고 진흥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지역민영방송 최대주주들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지역성 강화, 편성‧제작자율성 보장보다는 수익성과 효율성만을 앞세우며 대주주의 자기 책임은 소홀히 했다. 정책 부재와 대주주의 탐욕이 오늘 날 지역민영방송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지역민영 방송사의 최대주주 변경에 대해서는 ‘제작비 투자, 고용 보장 및 신규 인력 충원 계획, 콘텐츠 및 편성 다양화, 지역성과 공공성 강화방안, 유료방송 대응을 포함한 뉴미디어 전략 등’ 신규사업자 허가에 준하는 엄격한 심사가 진행돼야 한다. 인수 의향을 갖고 있는 사업자들은 이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지상파방송 전반의 침체와 위기 하에서 지역민영방송에 불어 닥친 위기는 훨씬 심각하다. 이를 극복해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수익성이 없다고 내던지고, 자본력을 앞세운 또 다른 기업이 지역방송에 대한 철학과 비전 없이 덥석 나서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민주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 식 매각 논의는 당장 중단하는 것이 옳다.

 

 

2018년 10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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