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은 조중동방송의 보모(保姆)인가?가히 ‘시중본색(時仲本色)’이라 할 만하다. 6월 미디어렙 입법과 연말로 예정된 종합편성채널의 출범을 앞두고 방송통신정책의 주무기관인 방통위의 수장, 최시중의 종편채널에 대한 ‘애정’이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오늘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종편채널 특혜 우려에 대해 “종편채널의 직접영업을 현행법대로 허용할 것이다, 유료방송을 플랫폼으로 하기 때문에 지상파방송에 비해 편성과 광고규제 등이 완화돼야 한다, 걸음마를 뗄 수 있을 때까지 신생매체로서의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속마음을 화끈하게 밝혔다.최 위원장의 오늘 발언에서는 종편채널 살리기를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는 결기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그의 숱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종편채널에 대한 그의 시각은 근본(根本)부터 꼬여있다.우리나라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전체 1,900만 가구의 80%를 넘어 섰다. 종편채널은 이들 유료가구에 의무재전송이 된다. 사실상 지상파방송에 못지않은 도달범위를 갖는다는 뜻이다. 이런 종편채널, 즉 ‘조중동방송’은 신문과 방송 양쪽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반(反)시장적 광고영업을 할 개연성이 높고, 역으로 자본과의 결탁 우려 또한 크다. 여기에 조중동방송의 직접영업을 금지하고 미디어렙에 위탁하여야 할 필연성이 있다.그런데도 최 위원장은 현행법 준수를 운운하며 직접영업 금지의 정당성을 묵살하고 있다. 이는 현행법의 맹점을 이용하여 조중동방송에 유리한 직접영업을 관철시키려는 졸렬한 꼼수에 불과하다. 만약 현행법의 일부 규정이 방송법의 입법목적에 어긋난다면, 그 규정은 개정의 대상이 될 뿐이다.이렇듯 지상파방송과 동일한 수준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매체라면, 편성과 광고규제 등에 있어서도 지상파방송과 동등한 대칭적 규제가 이루어져야 함도 당연한 것 아닌가?이날 최 위원장이 들이댄 ‘걸음마 비유’는 조중동방송에 대한 그의 무한사랑에 방점을 찍는 절정(絶頂)이었다. 지금까지 MB정권은 종편채널의 도입목적으로 ‘우리나라도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변해 왔다. 그런데 오늘 그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갑자기 황금채널을 배정하고 전문의약품·생수광고를 허용해 주고 광고 총량제를 도입해야만 ‘걸음마라도 뗄 수 있는 신생아’로 전락했다.더구나 조중동방송의 주인들은 신문시장의 약 75%를 차지하고 연간 1조 2천여 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독과점사업자들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그의 인식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역시 신생매체였던 IPTV가 방통위의 화려한 구두탄에도 불구하고 IPTV의 주인이 거대 통신사들이라며 실제 지원은 미미했던 것에 비하면, 그의 ‘걸음마 비유’는 그 정도가 지나쳐도 너무 심했다.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조중동방송에 대한 편향적인 규제완화와 정책적 지원은 그 명분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불법적인 특혜’이며 조중동방송을 시장의 정당한 평가가 아니라 정권적 차원의 쏠림 특혜로 비정상적으로 연명시킴으로써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환란을 가져올 ‘대재앙’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최 위원장은 ‘조중동방송에 대한 특혜는 없다’며 ‘특혜가 밝혀진다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오늘 발언은 ‘조중동방송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며 ‘특혜를 당당히 주겠다’는 그의 공식 선언이다. 최 위원장은 자신의 본색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더 이상 궁색한 발뺌을 일삼지 말고 자기의 말에 책임을 지고 그만 사퇴하라. (끝)2011년 6월 3일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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