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도 볼 것도 없는 위성방송, KDB는 국민사기극을 즉각 중단하라 -KDB이사회는 현 경영진에 대한 문책인사를 단행하라. 지난 3월 1일 한국디지털위성방송(사장 강현두, 이하 KDB)은 위성방송 개국식을 요란하게 치렀다. 비디오채널 74개와 60개의 오디오채널 등, 21세기 뉴미디어의 총아로 일컬어지는 위성방송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위성방송은 '국민의정부'의 주요 국책사업으로 선정된 국민적 사업이었다. 그러나 위성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지적돼온 위성방송의 총체적 부실은 실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본 방송이 시작되었지만 국민이 볼 수 없는 기이한 방송이 되었다. 위성방송 신청자가 50만이 넘었지만 보급된 수신기(셋톱박스)는 7천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 수신기마저도 디지털방송용이 아닌 아날로그방송만 출력되는 시스템이다. KDB측은 전체 예약가입자의 수신기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올 8월경에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KDB는 일반가입자는 전혀 없이 요란한 빈 수레만 끌고 가는 국민사기극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위성방송용의 수신기는 하반기에나 출시가 가능하다고 한다. 즉 50만개의 예약가입자용 수신기 보급이 끝나야 디지털용 수신기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결국 디지털수신기가 보급되면 50만개의 아날로그 수신기는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컨텐츠 문제 역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74개 비디오채널 가운데 기존 케이블방송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20개에 불과해 기존 케이블 매체 영역과 프로그램 중복이 불가피하다. 이러다간 뉴미디어에 대한 중복투자로 공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전문화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뉴미디어 시장에 정치적 연줄에 의한 인사와 통신전문가들이 모여서 총체적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다. 방송전문가들은 위성방송이 출범 초기부터 기술과 경영, 그리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어디 하나 제대로 된 것 없이 막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KDB는 극히 방만한 경영을 통해 국민을 현혹시키기까지 했다. 수 십억 원을 들여 신문, 방송광고를 해댔고 지역방송과의 문제로 인한 무분별한 의견광고로 인해 매체간 반목을 증폭시켰다. 또한 무려 20억을 들여 개국파티를 열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내의 방만한 경영상태에 대한 정보유출을 이유로 사내간부의 PC를 해킹하고, 압수하더니 결국 3명의 간부를 해고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용백)은 이러한 위성방송의 전반적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관련 책임자의 문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판단한다. KDB의 경우 무능한 경영진이 얼마나 빨리 국책사업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이다. 위성방송의 건실한 연착륙보다는 자기 자리에 대한 보신과 파벌을 조성하는 무능한 경영진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대주주인 KBS와 MBC의 책임도 적지 않다.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또한 위성방송 주무관청인 문광부, 정통부, 방송위원회도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 무작정 일정을 준수하라고 다그치기만 하면서 내용과 기술규격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일 위성방송 개국식에서 김 대통령은 '위성방송을 수출전략형 IT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동떨어진 인식의 문제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도대체 누가 그런 황당한 인식을 심어주었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KDB와 정부부처 그리고 대주주가 만들어낸 위성방송의 국민사기극을 즉각 중단하고 이제라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 첫단계로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의 이사회는 현 경영진에 대한 문책 인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아무도 볼 수도 없고, 볼 것도 없고, 방송매체간 갈등만 양산해내는 위성방송을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방송은 결코 편법과 핑계와 황당한 논리로 정상화 될 수는 없는 국민재산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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