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족벌과 결탁한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는 없습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최근 한나라당이 보여주고 있는 언론 족벌과의 유착 행태에 크나큰 실망감과 더불어 분노를 표합니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그 동안 언론개혁에 동참하기는커녕 이를 거스르고 더 나아가 이기적인 정략으로 일관하며 피와 땀과 눈물로 이어온 언론운동의 대의를 폄하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정도가 지나쳐 유권자들의 의사를 대리하는 공당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금도를 넘어 섰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특히 한나라당이 15일 발표한 '우려했던 언론탄압 행위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성명에 접하면서,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원내 제 1당을 자처하는 공당이 전국민들을 상대로 발표한 성명인가라는 데 대해 당혹감과 수치심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이 성명은 우리 사회에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한 '언론성역'의 비리를 파헤치고 있는 한겨레신문의 최근 보도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책임하게 공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전체적인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이런 치졸한 내용의 성명이 언론개혁을 위해 힘써온 한겨레신문 소속 언론인들뿐 아니라 언론개혁을 열망하는 언론인 더 나아가 좋은 신문을 볼 권리를 가진 독자들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받아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이 성명이 "국세청 등 정부 기관에서" 한겨레 언론개혁 시리즈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명백히 유추되고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밝힐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두고 정부 제공 운운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를 개탄하며 이는 한나라당이 언론 족벌을 보호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사안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물타기라고 규정합니다. 민언련과 언론노조는 또 한나라당이 진정 언론자유를 부르짖으려면, 97년 안기부에서 작성한 '한겨레 탄압 문건'의 진상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인 97년 4월5일 작성된 이 문건은 언론 통제를 넘어 언론 탄압 또는 압살에 이르는 구체적이고 치밀한 방안을 정부 기관이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점에서 전체 언론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문건은 △ 범 정부 차원의 <한겨레> 절독 △신규 사업 진출 때 행정 규제 △정부기관 및 대기업 광고중단 유도 △ 대출금 상환기간 연장 및 추가대부 금지 등 파시즘적인 언론 탄압책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엄청난 언론탄압이 당시 집권당 최고위층과 교감 없이 진행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한나라당이 과거 집권 시절 계획했던 언론탄압에 대한 사과 없이 행하는 어떤 '언론자유' 발언도 거짓이라고 판단합니다. 우리는 이에 따라 지난 15일 성명을 비롯해 최근 한겨레 소속 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한데 대해 즉각적인 사과와 함께 한겨레 탄압을 획책하고 실행한 실상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우리는 이와 더불어 언론 개혁과 관련해 이치에 닿지 않는 행동으로 역사의 흐름과 국민들의 열망을 거스르며 언론운동을 모욕하는 일련의 행태를 즉각 중지할 것을 한나라당에 요구합니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비정상적인 일탈행위가 이회창 총재의 내년 대통령 선거 전략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이 총재가 언론 족벌과 결탁하는 것이 대통령이 되는 데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고 있다고 우리는 단언합니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가 언론족벌과 결탁해 대통령이 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큰 착각이라는 점을 충고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총재가 언론족벌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시도는 지난 97년 대선에서 이미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봅니다. 이 총재가 다음 선거에서도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언론 족벌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대통령을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결단코 거부할 것입니다. 2001. 3. 21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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