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구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종교재단 언론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교회의 공적 자산인 기독교방송이 파행 다섯 달째를 맞고 있다. 또한 기독교 종합 일간지를 표방하며 창간한 국민일보 노동조합 역시 지난달 16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사안의 발단과 본질은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이 두 언론이 공교롭게도 교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과, 이들 언론에 소속된 노동자들에 대해 사용자측이 대응하는 방법논리의 천박성은 매우 흡사하다. 지난해 12월 문화방송 PD수첩이 한국의 대형 교회의 물질적, 종교적 기득권의 세습을 비판하자, 한국 기독교 교회 협의회를 비롯한 한국 교회 주요 목회자와 단체들은 "자정능력이 있는 교회의 문제에 대해 왜 세속언론이 개입하느냐"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노사갈등으로 비화하고 있고 사태 해결의 가닥이 잡히지 않는 기독교 언론의 파행 사안을 놓고 보면 이 같은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음을 보게 된다. 한국 기독교 교회 협의회는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한국 교회를 대변해 갖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교회 협의회는 일련의 종교 언론 사태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관련 인사와 교단이 엮어져 있어서 그런가. 이는 교회 협의회의 과거 역사와 발자취를 놓고 봤을 때 크게 실망스런 행태이다. 한국 기독교 교회 협의회가 한국교회의 공적 대표성을 갖는 조직이라면 교회 내부의 문제에 관한 한 분명한 입장 표명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는 한국교회가, 권호경 기독교방송 사장의 부적절한 처신과 무능 무책임 경영에 대해 책임 추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종교 재단의 석연치 않은 특정 스포츠지 살찌우기 때문에 편집국을 벗어나 싸늘한 복도에서 메마른 목청을 돋구고 있는 노동자들의 입장에 서서 공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한다. 남을 향해 소리치는 개혁과 정의의 잣대를 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들이대지 못하는가. 종교가 이젠 개혁돼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교회 협의회는 이제 교회 개혁의 대열에 서느냐, 아니면 청산대상으로 전락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본다. 한국교회의 공적자산이라 하는 기독교방송과, 또한 한국교회의 대변지를 자임하는 국민일보의 문제에 대해 그 흔한 성명서 하나 내놓지 못하는 무능에 대해 교회 협의회는 자성하고,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하고 외쳤던 정의의 관점에서 기독교방송·국민일보 사태의 본질과 그 해결방안을 찾기를 요구한다. 또한 한국교회 역시 기독교방송과 국민일보를 필두로 한 종교 언론을 기득권의 논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기로서 이해할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하기 바란다. 우리는 종교 언론 노동자들이 비종교 언론 보다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종사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한국교회는 이제 천박한 노동관을 딛고 건강한 여론 창출의 원천으로서 이 사회에 봉사하길 바란다. 우리 조합도 종교 언론의 건강성을 위해 싸우는 기독교방송·국민일보 노동자들과 함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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