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활동가 20여명이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13일째 노숙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20년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설과 영하 10도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이들은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며 쓰러져 가고 있다. 벌써 4명이 급격한 체력소모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10여명은 혈압저하 등으로 링거주사를 맞는 등 극한 상황을 맞고 있다.이들이 펴고 있는 주장은 국가보안법 철폐와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부패방지법 제정이다. 세가지 모두는 이 나라 대통령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창하던 것이었다. 국가보안법은 대통령이 평양을 다녀오면서 몸소 철폐의 필요성을 보여준 법안이며 나머지 두가지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또는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정부가 역설했던 국정현안이 아니던가. 그 공로로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이 나라에서 과연 대통령과 입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누가 이들을 혹한의 단식투쟁 속으로 내몰고 있는가. 인권은 이념과 체제를 넘어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다. 우리는 냉전시대의 산물인 국가보안법의 철폐와 권위주의 정권이 짓밟은 인권의 회복이야말로 우리가 중시하는 어떠한 가치보다 우선한다고 믿는다. 정부와 국회는 목숨을 담보로 외치고 있는 이들의 고귀하고 정당한 목소리, 그리고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소리를 직시하고 즉각적인 입법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9일 임시국회가 끝나면 2월 임시국회, 앞으로 계속될 회기 동안, 그리고 우리들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국가보안법 철폐, 인권위 설치, 부패방지법 제정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혹한과 굶주림 속에서 이들이 왜, 그리고 무엇을 소리 높여 외치는지를 귀 기울여야 할 것이며 즉각적인 입법활동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한다.2001. 1. 8.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