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통부는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지상파 디지털 본방송 시작이 2001년으로 예정되어 있고 지난 9월을 전후로 방송3사가 시험방송을 시작했지만, 디지털방송 전송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으며, 정보통신부의 정책 능력에 대한 회의마저 일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와 같은 문제는 1997년 정보통신부가 결성한 디지털방송추진협의회가 그 해에 방식을 결정한다는 정보통신부 일정에 맞추기 위해 현장실험이나 충분한 비교검증이 필요하다는 방송사들의 반대의견을 무릅쓰고 자료검토만 한 채 이른바 미국방식으로 결정했을 때부터 잠복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올 9월 시험방송을 앞두고 7월부터 언론현업단체에서 유럽방식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비교실험을 통한 재결정을 촉구했지만, 정통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 비교라는 이해할 수 없는 실험을 해 비난을 샀다. 또 지난 10월에는 개별 방송사가 굳이 장단점을 알고 싶으면 알아서 실험하되 재검토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이동수신 불가능, 장애물로 인한 난시청지역 발생가능성, 실내수신에 대한 취약성, 남북통일을 고려한 장기적 안목 결여 등 미국방식으로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충분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통부는 자신들이 정한 미국방식이 왜 정당한 지를 전혀 입증하지 못하고 단지 재검토 불필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어느 쪽이 나은 방식인지 열린 자세로 검증해보자는 의견에 대해 한 번 결정했으니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정통부의 가전업계 이익 봐주기가 깔려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알려진 대로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이는 결국 시청자인 국민의 부담일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컬러TV 도입 이래 방송기술면에서 가장 획기적인 변화이자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는 문제이니 만큼 한 점 의혹 없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난과 의혹만 쌓이고 있다. 우리는 적어도 디지털방송 방식을 결정함에 있어서 그 방식의 기술적 우수성 및 우리 나라 지형조건에 대한 적합성, 세계시장의 흐름, 장기적 안목에서의 산업적 효과,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통부는 마땅히 디지털방송 방식과 관련해 비교실험 등 방송계와 학계, 시민단체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향후 방송표준을 정함에 있어 국민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권력과 자본, 잘못된 환상으로 뒤틀려진 방송을 국민의 방송으로 바로잡고, 방송인 스스로 시대가 요청하는 진정한 전문가로 거듭나고자 출범한 우리 한국방송인총연합회도 향후 정보통신부의 행보에 대한 비판적 감시와 적극적 개입을 해나갈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2000년 12월 7일 한국방송인총연합회 한국TV디자이너연합회/한국TV카메라기자회/한국방송경영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한국방송카메라맨연합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한국아나운서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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