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며칠동안 재벌 특혜를 위해 잘 짜여진 사기극 한 편을 지켜보았다.어제(15일) 열린 방송위원회가 바로 그 결정판이다. 이 날 방송위원회는 지난 13일(금) 마련한 위성방송사업자 선정기준을 다시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그러나 이 날 회의에서도 방송위원회는 재벌의 방송참여를 전면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각 기업이 전체 지분 가운데 15%이상을 가질 수 없다는 허울좋은 단서를 달아 놓았을 뿐이다. 이 기준을 적용해도 재벌 7개만 모이면 위성방송 지분 100%를 차지 할 수 있다. 실제로 위성방송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특정컨소시엄은 7개 가량의 재벌과 외국자본이 참여하고 있어 이들로도만 전체 사업자를 구성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이 조금 구색을 갖춘다하드라도 재벌과 외국자본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독점적 주주가 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방송위원회는 또 16일 사업자 선정기준을 다시 논의하면서 외국자본의 참여허용비율을 15%에서 20%로 늘려 놓았다. 이 또한 머독으로 대표되는 외국자본의 유입을 확대 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이다. 결국 방송위원회는 재벌과 외국자본이 우리나라 위성방송을 완전히 장악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위성방송사업에서 재벌에게 특혜를 주어서는 안되는 결정적 이유는 위성방송사업이 독점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위성방송사업의 초기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위성방송사업자를 1개사만 허가하기로 되어 있다. 위성방송사업 허가를 따낸 사업자는 독점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이 위성방송사업을 재벌이 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나타날 것인가. 우리는 이미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재벌이 우리나라 산업 곳곳에서 숱한 폐해를 일으키고 있음을 똑똑히 보아왔다. 시장의 경쟁 구조가 있는 곳에서도 이러한 데 완전한 독점인 위성방송을 장악한다면 그 결과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 방송의 문화적 책임을 기대하기는 이미 그른 일이다. 방송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재벌을 옹호하고 나서고 있다. 특정재벌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방송위원회의 잘못된 결정 중심에 김정기 위원장이 있음을 주목한다. 김정기위원장은 일부 방송위원들이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벌특혜를 위한 사업자 선정기준을 관철시켰다. 그는 지난 13일 열린 방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벌규제가 전혀없는 사업자선정기준을 통과시켰다가 방송위원회 내외에서 강력한 반대를 제기하자 결정된 사항을 번복하고 15일(월) 다시 논의하는 추태를 보였다. 그리고 15일 회의에서는 허울 좋은 제한을 하는 척 하면서 사실상 재벌과 외국자본에 방송을 완전히 내맡기는 사기극을 연출했다.김정기위원장이 특정업체에게 특혜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정기위원장은 방송위원회 출범 직후 케이블텔레비젼 PP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심사결과를 무시하고 국민일보의 조희준에게 연예오락 프로그램 허가를 내주도록 주도했다. 김정기 위원장의 특정기업 봐주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 방송정책 책임자로서 자격을 상실했다. 이에 우리는 방송개혁을 열망하는 전체 언론노동자의 이름으로 김정기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한다. 방송위원장에게 주어진 3년이라는 임기는 김정기 위원장처럼 권력의 눈치나 살피고 특정기업 특혜에 앞장서는 사람에게 보장된 것이 아니다. 방송위원장의 임기는 오직 권력과 재벌로부터 독립되어, 국민과 전체 방송을 생각하며 일하는 위원장에게 보장된 것이다. 우리는 기회있을 때마다 방송위원회가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물을 것임을 경고해 왔다.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우리는 앞으로 재벌 특혜를 위한 사기극을 주도한 김정기위원장을 퇴진시키고, 제대로 된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을 관철시키기 위해, 올바른 방송을 바라는 전 민주세력과 연대해 적극적인 투쟁을 벌여나갈 것임을 밝혀둔다.2000. 10. 17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