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6대 총선 호남지역 무소속 당선자 4명을 곧 입당시킬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무회의 등 공식절차를 거쳐 이들의 입당을 승인할 방침인 모양이나 우리는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현재 거론중인 4명에는 전남일보의 사주인 이정일씨(해남·진도)가 포함돼 있다. 이씨 외에 다른 3명의 입당여부에 대해서는 굳이 논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나 이씨의 경우는 다르다.
이정일씨가 누구인가.
이씨는 전남일보의 전회장으로 이번 총선에서 전남일보라는 언론을 당선의 도구로 삼은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선거를 위해 전남일보를 철저히 유린했다. 이씨의 고종사촌인 임원식씨가 사장으로 재직중인 족벌언론 전남일보는 지난 총선과정에서 무려 20차례에 달하는 악의적 편파보도를 통해 이씨의 당선도구로 전락했다.
이같은 전남일보 사태는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광주민언련·언개련·경실련 등 광주지역 10개 시민사회단체는 「전남일보 편파보도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항의시위를 벌이면서 이정일씨의 각성과 임원식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이씨가 임사장을 감싸고돌며 퇴진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씨가 총선과정에서 임사장을 당선의 전위대로 악용해 왔다는 지적에 대한 반증이다.
또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7일 「신문지면을 농단한 언론사주는 신문개혁을 말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통해 이정일씨를 언론개혁의 대상으로 지적하며 언개련이 추진중인 '정간법개정과 언론발전위 구성'에 이씨가 참여하겠다고 보내온 서약서를 반려했다.
대한민국의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가 이정일씨를 언론개혁의 대상으로 규정짓고 그의 사죄를 추궁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그의 입당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한마디로 언론개혁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은 민주당이 과연 개혁정당인가 묻고 싶다. 민주당이 재벌개혁과 언론개혁을 당론으로 주창하는 공당이라면 이정일씨의 입당을 즉각 거부하고 총선과정에서의 편파보도, 선거법 위반사례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언론노련은 민주당이 당리당략 차원에서 개혁의 주체와 객체를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여 민주당 스스로 정체성을 상실하면서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2000년 5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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