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구차해지지 말라!

우리는 지난 1월 28일 성명을 통해 CBS 권호경사장의 사임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 1월 24일 권사장이 여당의 사무총장에게 총선승리를 기원하는 화분을 보낸 것이 언론사 사장으로는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달여. CBS노동조합은 권사장이 저지른 갖가지 비리를 공개하고 있다. 노동조합 와해공작에서부터 부도덕한 판공비 사용, 정치자금 지출에 이르기까지 언론사 사장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도 권사장은 아직도 '사장 자리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공개된 권사장의 서신 한 장은 이 나라의 전언론인들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지난 94년 8월 당시 김영삼대통령에게 보낸 이 서신에서 권사장은 당시 김영삼대통령의 소위 개혁정책에 대해서 도저히 언론사 사장의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굴신의 자세로 찬양을 늘어 놓고 있다. 또 이 서한을 통해 권사장은 김영삼정부의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시책을 비판해 온 프로그램을 폐지했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사가 정부의 시책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을 폐지했다면, 그러고도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인가?

권사장의 정부비판 프로그램 폐지는 수 십년 한국 언론의 빛과 소금이었던 CBS에 울린 조종이며 치욕이다. 그는 CBS 뿐 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언론인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다.

더욱 말문을 막는 것은 권사장의 변신이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권사장의 처신은 이미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정치모리배들을 앞 선다. 지난 정권에게 그토록 충성을 맹세했던 그가 어떻게 새 정권의 '총선승리'를 기원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런 사실이 다 밝혀진 뒤에도 그는 여전히 그 자리를 버티고 있다.

우린 더 이상 권사장에게서 지난 독재시절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양심인의 모습은 기대하려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는 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기에 마지막 질문을 던져 보고자 한다.

정말 최소한의 염치도 남아 있지 않는 것인가?
언론노련은 권사장에게 마지막으로 간곡하게 당부한다.

더 이상 구차한 모습 고집하지 말고 그 자리를 떠나라!
그 것이 이 땅의 언론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그 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2000. 2. 28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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