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는 쇄신의 주역이 될수 없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재)정수장학회에 대한 질문에 묵묵부답이던 그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말문이 트인 애처럼 제법 많은 말을 쏟아냈다. "사회에 환원했는데 뭘 더 환원하라는 것이냐.“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이기에 이사진이 주인 역할을 한다." "내가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나한테 그런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알아보니 편집국장을 노조가 뽑는데 그러면 편집권이 100% 독립돼 있는 게 아니냐" "지난 정부에서도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다 소명됐기 때문에 접었다"참으로 실망스럽다. 발뺌, 거짓말, 사실 왜곡, 견강부회. 집권당 대표로서의 문제의식은 차치하고 범부의 상식적인 시각도 엿볼 수 없었다. 부산일보가 독자와 시민으로부터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재)정수장학회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호진 노조 지부장이 해고되었다. (재)정수장학회의 문제점을 보도하려 한 부산일보 이정호 편집국장은 대기발령을 받았다. 사장과 경영진은 이 기사를 막기 위해 부산일보 발행을 중단했다. (재)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했다는 박근혜 위원장의 말이 맞는다면, (재)정수장학회가 100% 소유한 언론사 부산일보에서 공정성 재고를 위해 (재)정수장학회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이유로 어떻게 이런 야만이 일어날 수 있는가? 공익을 위한 독립재단이라면 공익을 위한 언론의 보도 공정성 강화를 환영하고 격려해야 할 일 아닌가? (재)정수장학회는 박 위원장 말처럼 5명의 이사진이 주인이다. 그런데 그 이사 임명을 이사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닫힌 구조다. (재)정수장학회는 지난 50년 동안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나 친인척들에 의해 ‘관리’되었다. 박 전 대통령의 동서인 조태호 씨가 14년 동안 이사와 이사장을 지냈고 박근혜 위원장이 10년 동안 연봉 2억 5천짜리 이사장을 지냈다. 2005년 2월 박근혜 위원장은 <국정원과거사건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의 정수장학회 조사결과 발표에 즈음해 이사장직을 내놓고 물러났지만, 자신이 청와대에 있었을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최필립 씨를 정수장학회 이사장에 앉힘으로써 손을 떼는 시늉만 했을 뿐 사실상 박 위원장이 지금도 (재)정수장학회를 소유하고 있다.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편집국 기자들이 비밀투표로 3명을 뽑아 사장에게 추천하고 이 중에서 1명을 사장이 임명한다. 편집국장을 노조가 뽑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알아보고’도 거짓을 말하니 참으로 답답하다. 편집권이 100%로 보장된 언론사에서 공정성과 보도를 이유로 언론사의 자존심 편집국장을 징계하고, 노조위원장인 기자를 해고하고, 신문발행을 중단한단 말인가? (재)정수장학회와 박근혜 위원장을 언급하면 이렇게 반이성적인 반응이 나오는데 이것이 편집권 독립이란 말인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권력과 자본의 감시를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익을 위해 내외압에 굴하지 않고 한 치 흔들림 없이 지면을 지키도록 보장하는 것 그것이 편집권 독립이다. (재)정수장햑회와 경영진이 부산일보에서 다 망쳐놓은 것, 지금 부산일보 구성원들이 노조와 편집국장을 중심으로 사력을 다해 지키려고 하는 것. 그것이 편집권 독립이다. 집권여당의 대표이고 유력한 대선후보가 언론자유에 대한 기초 소양조차 없으니 큰 걱정이다. 우리는 박 위원장에게 <국정원과거사건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결과와 권고사항을 다시 제대로 읽어보길 권고한다.두 위원회는 ‘이 사건은 ▲박정희 국가 재건 최고회의 의장의 지시에 의해 시작되었고 ▲기부승낙서 서명은 구금상태에서 강압에 의해 이뤄졌으며 ▲구금상태가 아닌 석방되어 자유로운 상태에서 서명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변조한 흔적이 역력하고 ▲구속 수감후 석방을 빌미로 한 재산포기 종용이 있었고 ▲중앙정보부와 국가재건 최고회의를 비롯한 국가 주요기관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계획 아래 이뤄졌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어 두 위원회가 내린 권고사항은 이렇다. “땅은 부일장학회에 반환하고 반환이 어렵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부일장학회가 해체되고 없으니 공익재단을 설립해 거기에 넘겨주라. 언론사 주식도 돌려주라. 정수장학회가 끝내 돌려주지 않는다면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빼앗은 것이므로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박 위원장은 독재의 유산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지난 정부에서도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다 소명됐기 때문에 접었다"라고 또 거짓을 말했다. 공인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역사의식도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이날 부산일보 주총이 열렸다. 부산일보 기획실장으로 이호진 지부장 해고와 이정호 편집국장 징계에 앞장서고, 부산일보 지부의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투쟁에 강경대응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이명관 씨가 사장으로 영전했다. 박근혜 위원장의 (재)정수장학회를 지키라고 또 한 명의 희생양이 작위를 받았다. 이것으로 박근혜 위원장은 박정희 군사독재가 강탈한 장물, (재)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도 한 길이다. 우리는 “독재유산 (재)정수장학회 사회환원과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이 땅의 모든 양심세력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부산일보 지부 동지들이 출근저지투쟁에 돌입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새로운 세상이 부산일보지부의 투쟁에서 시작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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