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정파적 이해 따라 보도" 17대 총선과 언론보도 결산 "조선일보는 나쁜 신문" "한국 언론의 선거보도 관행이 아직도 시민들의 의제를 소홀히 한 채 언론사의 정파적 이해에 따라 보도했다" 지난 28일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17대 총선 언론보도에 대한 결산 토론회에서 성토됐던 언론의 보도문제점을 집약하면 위와 같다. 임동욱 교수는 "언론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라는 구태의연한 명제가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유용하다"며 "더 이상 한국신문 수구신문들에게 희망을 걸 수 없고 그들에게 신문개혁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신문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이번 선거가 일부 특정 신문들의 바램과 달리, 열린우리당의 대약진,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나타난 것은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신문들보다 높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날 미디어감시국민연대는 신문보도, 사진보도, 인터넷 언론 보도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고, 방송보도의 경우 다음달 6일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발표할 예정이다.◇신문보도 "조선일보 나쁜신문"=17대 총선 신문보도의 경우 정책보도는 유실된 반면 노골적 편향보도, 지역주의 조장, 경마식 보도, 정치 냉소주의, 의혹 부풀리기의 구태가 그래도 반복됐다. 미디어감시연대는 애초 좋은·나쁜 신문을 선정하려 했으나 전 신문에서 보도의 편향성 등 문제점이 지적됨에 따라 좋은 신문은 뽑지 못했다. 하지만 이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 조선일보는 나쁜 신문으로 선정됐다. 임동욱 총선미디어연대 평가위원(광주대 언론광고학부)은 "조선일보는 △의제설정이나 편집을 통한 공정성 훼손과 편파성 △바람몰이 앞장선 보도 △지역주의 조장 등 감각적 저널리즘의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제설정과 관련 조선일보는 4월5일자 1면 "노인 폄하발언 총선 변수로"를 시작으로 "불어라, 박근혜 바람 … 수도권까지" 등 계속해서 한나라당을 노골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열린우리당 비판과 공격에 가능한 지면과 필자를 동원했다는 것이다. 또 문성근·명계남씨의 발언을 기사화한 배경에 대해 의도적으로 열린우리당을 비판하기 위해 기사거리를 찾다가 입맛에 맞는 사건이 나오면 1면에 대서특필했다고 지적했다. 임 평가위원은 "선거기간 동안 신문들을 보면 마치 무협지를 보는 듯 했다"며 "노풍, 박풍, 추풍 등의 용어를 만들어내 감성정치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언론들이 이것에 대해 사실보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정치인의 선거전략에 말려든 것이며 언론 스스로 확대 재생산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각 신문들이 중계보도를 한다는 명분하에 지역주의 선거 전략을 그대로 전했다고 지적했다. 김보협 한겨레21 기자는 "이번 선거에서 탄핵만큼 큰 정책은 없었고 선거현장이 실종된 상황에서 당대표가 움직이는 곳에서 선거분위기를 취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어 "''풍(風)'보도에 정치성을 봐야 한다"며 "과거 세풍 총풍 안풍은 사실상 범죄행위를 바람으로 표기해 공방으로 만들었다. 탄핵풍은 정치적 사안으로 박풍, 노풍 등 다른 풍들과 섞일 성질의 것이 아니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언론이 그런 현상에 바람이란 용어를 사용한 배경과 그 바람의 실체에 대한 보도를 전달하는 모습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희용 연합뉴스 기자는 "편파로 지목된 조중동 종사자들도 그것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정서가 (다른 신문들) 정도의 차이가 있지 똑같은 것 아니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이어 "신문보도에서 피부에 와 닿은 정책을 비교해 부각시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김은주 신문모니터팀장은 "선거 후반 이라크 파병이 쟁점으로 부상했지만 한겨레는 작게 보도했다"며 "이번 총선에서 한겨레에 나타난 기울어진 태도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보도=인터넷 언론 선거보도 평가에서 인터넷 언론의 선거보도는 정책선거를 유도할 수 있는 의제설정이 부족했으며 진보적 후보와 여성후보에 오프라인 매체보다는 보도를 많이 했지만 미진했다고 지적됐다. 송경재 인천대학교 발표한 보고서는 오마이뉴스, 조선닷컴, 미디어 다음, 프레시안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총선 신문보도 리프토> <총선 서바이벌 퀴즈> 등 시민의 관심과 참여을 유도했다고 지적됐다. 하지만 판세분석에 치중한 경향을 보였고 애초 기획의도와 달리 여성·소수 진보세력에 대한 소개가 적었다고 보고했다. 즉 <4.15총선에 나온 사람들>의 49명의 후보를 소개하면서 여성후보는 4명, 무소속과 소수 진보정당은 단 1명도 없었다고 분석했다. 조선닷컴은 대부분의 기사가 판세분석, 정당 인물을 중심으로 보도했고 선거참여, 불법선거 고발 등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프레시안은 이라크 파병반대에 대한 메시지를 다른 언론사에 비해 비중있게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또 선거악습에 대한 분석과 지역주의 감성정치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았다. 하지만 선거 참여와 관련 보도는 3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다음은 사이버 공동체인 다음카페에서 투표하기 캠페인, 이모티콘 만들기 등을 통해 네티즌들의 투표참여을 유도 높은 평가를 줄 만했다고 보고했다. ◇사진보도=사진과 제목 등 총체적인 편집을 통해 특정 당에 대한지지, 지역주의 조작, 경마식 보도 등의 구시대의 악습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됐다.이설희 보도사진 모니터 팀장은 총평에서 "신문 사진을 통한 △특정정당지지 △당대표 중심보도에 따른 지역주의 조장 △디지털 사진 조작을 통한 후보 부각 △그래프·도표를 이용한 경마식 보도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편집에 있어 동아일보는 2004년 4월5일 4면 <'꺼져다오 老風>이란 제목 아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유세사진을 게재했다. 이에 따라 사진 자체의 밝게 웃으며 유권자와 악수를 하는 정동영의 모습을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또 조선일보 5일자에서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유세장면 밑에 노인들의 항의 시위 장면을 사용해 일반 유세사진과 '노인 폄하' 사안을 연결시키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사안을 과대하게 보도하는 방식으로 신문사의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며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하게 사진을 이용한 것이라도 지적했다. 사진자체에서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동아일보 4월15일자 사진의 경우 유권자들의 시선이 박근혜 대표에게 집중돼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준 반면 열린우리당 김근태 대표의 사진은 프레임이 닫혀 있고 사람들의 시선이 산만한 사진을 사용해 특정정당을 우호적으로 보도하거나 혹은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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