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MBC아카데미 차별' 사태, MBC본사·방문진이 나서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지난해 4월, MBC가 자회사 MBC씨앤아이와 MBC아카데미를 합병할 때부터 사달은 예고됐다. 채 1년도 안 돼 △상호 전략적 사업성장을 통한 경영합리화 도모 △조직 경쟁력 강화 △시너지 효과 창출 등 합병 목적은 온데간데 없고, 임금격차에 따른 위화감 조성, 구성원들의 소속감 상실, 불투명한 경영비전, 경영진 불신이라는 마이너스 효과만 가득하다.
합병을 결정한 대주주 MBC 본사도 진작 이런 상황을 예견했다.
그들은 지난해 2월 23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피합병회사인 아카데미 직원들의 경우 낮은 인금에 따른 상실감이 있다고 들었는데”라며 합병에 따른 부작용을 충분히 예상했다.
합병 당시부터 아카데미 구성원은 합병 이후 발생하게 될 구성원 간 노동조건 격차 문제를 지적했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합병 주체 MBC씨앤아이는 아카데미 구성원들에게 씨앤아이 임금체계 절반 수준에 불과한 연봉계약서를 내밀며 서명을 강요했다. 사실상 아카데미 구성원을 별정직으로 관리하겠다는 말이다. 아카데미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한다면서 제일 처음 한 일은 결국 차별 조장이었던 것이고, 그저 적자경영이 누적된 자회사 하나를 정리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본사가 그동안 강조해온 자회사 독립경영은 본사 재정수지를 위해 각자도생하라는 구호에 불과했다.
합병할 때는 구성원들의 의사도 제대로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더니, 격차 해소에는 나몰라라 한다. MBC씨앤아이 사측은 ‘실적 개선, 이익이 발생하면’ 개선하겠다는 말만 해댄다. 공영방송 MBC와 그 자회사가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경영으로 현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
묻는다.
MBC씨앤아이 사측은 어떻게 실적을 개선해, 아카데미 사업 부분에서 이익을 발생시킬 것인가? 개선책은 있으며, 이익을 낼 만한 방도는 있나? 교섭에서 수차례 물었건만, 무릎을 칠만한 비전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대책도 없는 사측에 분노를 넘어 측은지심이 들 지경이다. 이러니 MBC 본사가 애초부터 합병 시너지는 안중에 없고 아카데미 사업을 고사시키기 위한 합병이었다는 의심을 받는 게 아닌가.
일방적 합병의 부작용을 왜 사원과 조합원들의 고스란히 받아야 하나. 황외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 상황을 ‘비상경영’이라 간주, 임금을 반납하고 직을 걸고서라도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나? 말끝마다 ‘MBC 본사’ ‘다른 자회사 형평성·눈치’ 타령에다 이제는 오는 3월 대선 이후 정치 상황까지 거들먹거리면서, 왜 MBC아카데미 구성원들의 눈물과 한숨을 외면하는가?
촉구한다.
지금부터라도 MBC 본사가 직접 나서라. 노동조합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 합병이 가져온 부작용에 대해 똑똑히 책임져라. 말로는 국민의 공영방송을 외치면서, 정작 자회사 구성원들의 노동조건과 임금 격차 해소에는 무관심한 이중성을 반성하라. 결자해지의 책임과 몫은 온전히 MBC 본사에 있다.
MBC의 관리감독기구이자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권태선)는 MBC와 그 자회사가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하는지 철저히 따져보라.
언론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앞두고 MBC 본사와 통합 MBC씨앤아이에 분명히 경고한다. 아카데미 구성원 차별 처우 개선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우리는 더욱더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22년 2월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