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이동권 요구를 짓밟는 서울교통공사의 언론 공작 시도를 규탄한다

공공의 영역까지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확인하며
       
-보편적 이동권 요구를 짓밟는 서울교통공사의 언론공작 시도를 규탄한다 -

 

 ‘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지하철이 평소보다 늦게 움직일 때가 있다. 시민은 이유를 묻고, 투쟁으로 지하철 운영이 여의치 않다는 대답을 듣는다. 과거 철도, 버스, 고속버스 같은 사회 공공 서비스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파업하면 정부와 사용자는 이른바 여론전을 했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삼아 이익을 챙기려 한다고.
 지하철 파업 때문에 시험을 치러 가던 승객이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요즈음 이런 보도는 드물다. 당신의 권리를 찾아 누리기 위한 행동을 존중하고 이해해 배려하며, 함께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언론 역시 사회 공공성과 약자를 위한 보도가 중요하고 뜻있음을 역사적 경험과 평가, 실천으로 체화해 왔다.  
 2022년 3월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이 만든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문건은 한마디로 비이성적이다. 시대착오적이다. 언론의 사회 공공적 가치를 폄훼하고, 언론을 ‘플레이 대상’으로만 봤다. “‘약자는 선하다’ 기조의 기성 언론 + ‘장애인 전용 언론’ 조합과 싸워야 ” 하고 “언더도그마가 사회의 보편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이상 언론은 이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며 특히 ‘진보’의 가치를 높이 사는 특정 매체일수록 더더욱 그러함”이라 했다. 경향신문 <장애인의 권리찾기 행동··· 불편하다고 때리지 말자(2022. 2. 16.)>, 한겨레 <지하철 시위 장애인 단체에 사이버 공격··· 혐오를 멈추십시오(2022. 2. 15.)>, 오마이뉴스 <언론이 장애인 시위를 어떻게 보도했나 살펴봤더니(2021. 12. 23.)> 같은 보도가 그러하니 “(서울교통공사는) 실점 차원 최소화에서라도 약자를 이해하겠다는 모습을 항상 잃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필요할 경우 상대방 실점을 소재로 ‘물밑 홍보’를 펼치”고 “법적인 대응은 승리가 확고할 것이 예상될 시 시행”한다는 여론전으로 “우세를 점”하려 했다.
 이런 걸 두고 ‘여론전’이라 부를 수 있는가. 아니, 우리는‘짬짜미’로 읽는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론을 크게 일으키는 일’을 두고 여론전이라 할 텐데 목적이 더러우니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수작’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언론 공작 문건’이라고 일갈한 까닭이기도 하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법에 명시된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했을 뿐이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뚜렷이 적힌 교통사업자의 의무를 지키라고 말하지 못할 까닭이 있는가.
 지난 2001년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차별과 편견을 거부하고 공정 보도를 추구하며 사회 약자의 인권과 고통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자정 선언 강령을 발표했고, 이를 실천해 오고 있음을 밝힌다. 서울교통공사 언론팀의‘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문서는 공공교통체계가 갖는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언론을 갈라치기와 공작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저열한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더 많은 시민의 동등한 이동권과 편익을 위해 공공기관이 복무해야 할 사회적 책임 따위는 아랑곳없다. 사회적 약자를 제압의 대상으로 여겨 그들을 이길 여론을 만들겠다는 이 천박한 문구에서 우리는 공공의 영역까지 만연한 혐오와 차별의 뿌리를 확인한다. 담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분노를 담아 이를 규탄한다.  

 

2022년 3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