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상파 방송 재벌 헌납 시도 중단하라!

 

3월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10% 지분 제한이 적용되는 대기업 기준에 대한 개정안(양정숙 무소속 의원 발의)이 정보통신방송법률심사소위에 상정됐다.

국회 과방위 심사소위에 상정된 이번 개정안은 데자뷔를 준다.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최시중 위원장의 방통위가 대기업 기준을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상향 조정한 전후, 통신 3사의 IPTV 출범, 조중동의 방송 겸영(종편) 허용, 민방 사업자 최대주주 지분 제한 완화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작년 초 5기 방통위 정책과제에는 민방의 소유겸영 규제 완화가 포함되었고, 과기부는 지난 7월 유료방송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소위에 상정된 양정숙 법안은 지상파 방송 소유제한 기준은 10조에서 무려 30조로 완화해 태영건설 자본 등 기존 방송 지배 재벌의 기득권을 지켜주고 다른 대기업 집단에도 모든 미디어 부문의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재벌 헌납 선언과 다름없다.

방통위에 묻는다. 현재 시행령으로 규정된 대기업 기준을 법률 개정으로 바꾸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태영을 비롯해 규제 완화를 목마르게 요구한 사업자 청원 창구를 국회로 돌린 것은 아닌가.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 9명 중 과방위 위원이 한 명도 없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우리가 이 개정안을 방통위 ‘청부 입법’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명박 정권 이후 진행된 방송 공공성 파괴와 소수 재벌에 의한 시장 독과점을 바로 잡는 혁신을 하지는 못할망정 기득권 보호와 재벌 독과점 강화를 추진하는 게 당신들의 존재 이유인가? 통탄할 노릇이다.

과방위 민주당 의원들에게 묻는다. 개정안 통과로 이득을 얻는 이들은 누구인가? 지상파 방송 지분을 가진 태영과 SM, 그리고 종편 미디어렙 지분을 가진 네이버가 아닌가.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 통과 이후 방통위가 준비하고 있는 민방 소유겸영 규제 완화까지 허용할 기세다.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 시장 교란과 방송장악에 저항하던 그 민주당이 할 짓인가? 방송 공공성과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언론 자유를 지키고자 만든 방송법상의 대기업 소유 규제를 기득권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것이 대선 참패 이후 민주당이 추구하는 쇄신인가?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다.

최근 전 광주방송(kbc) 사주이자 현 서울신문과 전자신문 사주인 호반 김상열 회장이 경영권 세습을 위한 2세 일감 몰아주기와 고의적인 계열사 누락으로 자산규모를 속이려다 공정위 제재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양정숙 법안이 통과되면 김 회장은 언제라도 다시 민방을 소유할 수 있다. 자사에 불리한 서울신문 기사를 모조리 삭제한 사주에게 ‘성장한 국가 경제 규모에 걸맞은 대기업’이라는 자격으로 방송사를 내줄 셈인가.

우리는 지난해 말 “20대 대선 6대 정책과제”로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 사업의 자본 규제는 자산 총액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미디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 성격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 금융, 제조업 등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자본에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을 맡길 수 없다는 ‘미산분리’ 요구는 그래서 나왔다.

국회 과방위 의원들에게 요구한다.

소위에 상정한 양정숙 법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지상파 방송 ‘재벌 헌납’법이다.

정치적 이익과 선거승리를 위해서는 날을 세우고 극한 대립하다가도 방송장악과 미디어 공공성 파괴가 불 보듯 뻔한 법안 앞에서는 의기투합하는 양두구육에 신물이 난다. ‘협치’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다. 5년 내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약속도 지키지 않았던 자신들이 어떤 법안을 우선 심사할 것인지 똑바로 깨달아야 할 때다.

양정숙 법안을 즉시 폐기하라. 공공재인 방송을 시민의 눈과 귀가 아닌 한 줌 재벌의 탐욕스러운 혀로 만들 법률 개정으로 이명박 정권부터 이어진 공공성 파괴 흐름에 동참한다면 언론노동자들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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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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