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외식 물가가 1년 전보다 6.6%나 올랐다. 햄버거(10.4%)와 짜장면(9.1%)을 비롯한 서른아홉 물품값이 1998년 4월 뒤로 23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이 뛴 것. 같은 달 소비자물가동향도 지난해 3월보다 4.1%나 올라 2011년 12월 뒤로 10년 3개월 만에 4%대를 넘어섰다.
물가가 줄줄이 치솟아 사람 잡을 지경인데 최저임금은 올리지 말자 한다. 4월부터 도시가스료와 전깃값이 오르고 기름값도 당분간 떨어지기 힘들다는데 최저임금을 업종과 지역에 따라 차등하자 한다. 결국 사용자의 최저임금 부담을 덜자는 건데 말이 될 소리인가.
기함할 집값과 전셋값 때문에 가뜩이나 삶이 어려운 노동자를 보듬지는 못할망정 궁지로 몰아서야 될 일인가. 김밥 한 줄 사 먹는데 예년보다 8.7%를 더 내야 할 정도로 삶이 어려워지면 임금도 올려 줘야 마땅하다. 8.3% 오른 치킨 한 마리로 가족과 함께 웃을 여유가 있어야 다음 날 아침 사업장에 새 힘이 돌게 마련이니까.
족벌이나 기업을 주주로 둔 몇몇 언론은 이런 현실로부터 오랫동안 얼굴을 돌렸다. 해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내놓은 ‘최저임금발 고용 쇼크’와 ‘올리면 망한다’ 타령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족벌이나 기업이 듣기에 좋은 소리만 해 온 것. 올해에도 오직 최저임금을 시급 1만 원 아래로 붙들어 두거나 9160원에서 깎아내릴 틈까지 엿볼 태세다.
가슴에 손 올려놓고 대답해 보라. 당신 보도를 족벌과 기업만 보고 듣기를 바라는 건가. 99% 시민 눈과 귀를 덮어도 거리낄 게 없는 건가. 우리는 이런 태도를 두고 ‘공정 언론’이라 일컬은 바 없고, 누군가 그리 말한 걸 들어 본 적도 없다. 부디 공평하고 올바른 신문과 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조선·동아·중앙일보를 비롯한 몇몇 매체가 이른바 ‘김건희 슬리퍼’ 보도로 인터넷 클릭 수를 끌어올려 비웃음을 샀다. 얼마큼 비웃어 주고 비판할 수 있겠으되 이를 빌미 삼아 모든 언론을 싸잡아 사갈시하는 건 곤란하지 않을까.
우리는 1989년 민주언론실천위원회에 뜻을 모은 뒤 늘 독립한 편집·편성권과 공정 보도 체계를 세우려 애써 왔다. 사건과 공인이 있는 현장에서 어렵게 버티며 민주 언론 파수로 서려 했다. 고단한 노동과 아픔이 있는 곳에 눈길 두려 애썼다. 2022년 3월 민주언론실천상 수상작인 <GPS와 리어카> 같은 보도를 이루려 땀 흘린 언론 노동자가 곳곳에 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시급 9160원은커녕 948원짜리 리어카를 끌며 폐지 줍는 이에게 눈길 두고 다가가는 기자가 아직 있다. 우리는 이런 보도를 꾸준히 기다렸고 늘 기다릴 테다. 조선·동아·중앙일보 언론 노동자가 ‘김건희 슬리퍼’ 같은 보도로부터 벗어나 민주 언론 깃발 들고 나선다면 가슴 열어 맞이할 용의도 있고.
잘못을 꼭 집어 가리킬 수 있되 쉬 욕하지는 말자. 때론 북돋워 주는 게 더욱 올곧은 언론을 만드는 발판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2022년 4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