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직무유기의 결과는 언론계의 혼란과 고통이다.

 

지역·중소 신문사들이 최근 연속으로 곤란한 지경에 놓였다. 국회와 문체부, 그리고 신문협회의 직무유기 때문이다. 

국회와 문체부의 직무유기는 ABC협회 문제와 연관된다. 지난해 문체부는 ABC협회의 부수공사 조작 사건을 이유로 앞으로 ABC협회의 부수공사를 정책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 대안으로 열독률 조사를 수행하여 지난해 말에 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ABC의 유령이 여전히 언론계 주변을 떠돌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역신문법 상에 지역신문발전기금 수혜 조건으로 남아있는 ABC회원사 자격 조항이 개정을 통해 삭제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ABC협회는 이런 혼란을 틈타 지역 신문사들에게 800만원 가량되는 회비(기본 회비+실사 회비)를 납부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혹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는 데 걸림돌이 될까, 울며 겨자 먹기로 회비를 납부한 신문사도 여럿이다. 가뜩이나 초유의 물가 상승에 고통받던 지역 신문사들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런데도 국회와 문체부는 묵묵부답이다. 언론노조는 지난 해 이채익 당시 국회 문체위원장을 만나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지역신문법의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 때문에 법안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문체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법 개정 탓을 하고 있지만, 행정 기구로서 적절한 시그널을 통해 제도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언론사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도록 조처하는 것이 그 책무일 테다. 눈앞에서 뻔히 벌어지고 있는 난리를 두고도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건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직무유기하면 신문협회도 만만치 않다. 신문협회는 최근 제지업계의 신문용지대 인상 시도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신문협회보에 제지업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그뿐이었다. 공정거래법을 운운했으나 공정거래위에 고발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보가 기대되지 않는다. 언론노조는 최근 신문협회에 이 문제 공동 대응 제안했지만, 각 신문사와 제지사 간의 거래문제라며 일축했다. 결국 신문협회의 중심인 보수언론, 메이저언론은 저항하는 시늉만 했던 거고, 협상력이 약한 중소지는 용지대 인상 고대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문용지대 인상은, 노동조건의 악화와도 연관된다. 이대로 용지대가 오르면, 사측은 올해 임단협에서 돌출비용 발생해, 임금 인상 여력 없다 항변할 것이 뻔하다. 이것이 언론노조가 용지대 인상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이처럼 직무유기의 결과는 언론계의 혼란과 고통이다. 언론노조는 국회와 문체부, 그리고 신문협회가 각자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길 촉구한다. 

국회와 문체부는 일 좀 하라. 국회는 조속히 상임위를 구성해 산적한 과제들을 해소하고, 문체부는 정확한 정책 판단 지침을 내려 시장 혼란을 정리하라. 

신문협회는 위기감 조장만 말고, 행동에 나서라. 신문용지대 인상이라는 업계 전반에 타격을 줄 사안마저 개별사의 협상 문제로 여긴다면, 신문협회 존재의 근거는 과연 무언가? 

언론노조는 직무유기의 시대가 끝나기를 기대하며, 동시에 ABC 사안과 관련된 문체부 장관 면담, 제지업계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고발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통해, 언론계의 혼란을 정리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밝힌다.  

 

2022년 7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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