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엉터리 고발과 강제수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지난 대선 기간을 돌아보자. 선거 승리를 위해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의혹이 난무했고 여론 오염 시도는 극에 달했다. 인터넷에 확산된 소수자 혐오와 반사회적 발언들로 인해 극단적인 대결 정치 속에 건강한 대선 의제를 증발시키고 사회 퇴행을 부르는 부작용이 만연했다.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할 문제라는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방식이다. 설령 저널리즘의 원칙을 간과한 취재와 보도라 하더라도 공론장에서 치열한 토론과 문제 제기를 통해 자발적으로 오류와 왜곡을 바로잡고 시민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제도와 경로를 갖추는 것이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에 부합하는 일이다.    

따라서 최근 언론노동자와 일부 유튜버들에 대한 엉터리 고발과 과도한 수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 국가권력과 수사기관의 부적절한 개입은 입맛에 맞게 여론을 길들여 권력 감시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7일 자 <한겨레>가 보도한 [김건희 “여기가 마음에 들어”…임장하듯 관저 결정?]에 대해 최근 명의를 밝히지 않은 명예훼손죄 고발이 이루어졌다. 그것도 언론사가 아닌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특정한 형사고발이었다. 이에 따라 이달 5일(월) 해당 기자가 피고발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해당 기사는 대통령 관저 변경과 관련하여 대통령직 인수위가 국방부(육군참모총장) 및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도 없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문제를 지적했다. 인수위 관계자가 외교부에 연락한 내용과 발언, 공문이나 구두 통보조차 없었다고 한 외교부의 주장, 정의용 장관 측에 확인한 내용이 주된 근거였다. 김건희 씨의 발언은 이러한 근거의 일부였을 뿐이다.

이런 정치적 고발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심각한 위해 행위다. 대통령실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김건희라는 개인에 대한 비방으로 왜곡함으로써 대통령을 제왕으로 모시고 김건희는 여왕으로 보좌해야 한다는 봉건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직선거법 위반과 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혐의를 빌미로 이뤄진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 더탐사> 대표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정보유통과 생산을 통제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는 불순한 고발, 수사기관의 폭압적 강제 수사에 단호히 반대한다. 이런 식이라면 시중에 떠도는 온갖 정보들 속에서 허위 여부를 가려내는 역할을 열린 토론의 공론장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도맡겠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민주주의 질식을 부를 것이며, 나아가 독재 회귀의 신호이다. 특히 관련 고발과 수사가 권력 핵심인 대통령 부인에 관한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022년 9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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