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방송은 공영방송 종사자의 핵심적 근로조건” 대법원판결에 부쳐
지난 16일 대한민국 사법부가 권력의 무도한 언론장악에 맞서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이 정당했다고 최종 확인했다.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조합원들은 이명박 정권과 수하 경영진의 방송 공정성 말살을 저지하기 위해 무려 170일간 전면 파업 투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조합원이 해고와 정직 등 중징계 등 모진 탄압을 받았다. 언론장악 세력은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에 흠집 내고 정치파업으로 매도하기 위해 업무방해죄를 덧씌우려고 하였으나 우리 법원은 잇달아 무죄를 선고했다. 공영방송에서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와 노력은 그만큼 중요하기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저항을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역사적인 판결에 대해 당시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집단인 국민의힘은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공영방송 최장기 파업 유발자들은 어떠한 사과나 최소한의 유감 표명 조차 없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공영방송 사측이 구성원들이 공정한 방송을 실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단체협약 등 제도적 장치와 환경을 마련해줄 의무가 있다고 봤다. 즉 언론노동자들이 파업이나 쟁의행위에 나서기 전에 사측이 그런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정방송은 방송사 내부의 제도적 장치 뿐 아니라 외부의 정치적 환경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사측이 특정한 정치세력의 이해를 강력히 대변하는 ‘정치적 후견주의’ 구조가 그것이다. 이것을 타파해야만 내부의 공정방송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2012년 파업 투쟁 후 ‘공영방송 정치독립 법률 개정’이 10년간 추진되고 논의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러 번의 파업을 포함한 언론노동자들과 시민사회의 끈질긴 요구, 국회와 학계의 지난한 논의, 5만 명이 참여한 국민동의청원 끝에 공영방송 정치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그리고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멈춰 있다.
국민의힘은 2012년 당시 집권당으로서 판결과 증거로 확인된 언론장악 시도에 대해 국민과 언론노동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권력의 언론장악 시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고 수많은 언론노동자들이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법원이 공정방송을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면 정부와 집권당은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번 판결에 일말의 가책을 느낀다면 언론장악에 앞장선 그 때 그 공영방송 사측 인사들을 불러모아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추태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철 지난 언론장악 망령에서 벗어나 ‘공영방송 정치독립’이라는 시대의 명령에 협조하라.
끝으로 무슨 무슨 ‘총연합회’로 이름표 바꿔 달아 얼굴 내미는 과거의 언론장악 책임자들과 동조자들에게 경고한다. 당신들의 죄상과 과오가 역사의 기록으로 확정됐다. 진정성 없는 사과 따위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당신들이 재연하고 있는 언론장악의 구태 또한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피해 갈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2022년 12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