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방송장악도 모자라 이제는 포털장악 획책인가
지난 4월 3일,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신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즉 포털로 하여금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이하 진흥위)’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진흥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과 단체의 추천을 통해 구성되며, 기사배열 기준을 심의하고 기사공급 과정에 대한 의견제시와 시정권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 법은 포털 뉴스의 사회적 영향력 증대와 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 운영의 불투명성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우선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의 구성을 정하는 바가 대통령령이라는 점부터 문제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법률도 아닌 시행령 수준에서 강하게 제한하려 드는 이 개정안의 오만함은 제평위를 뛰어넘는 권한을 갖는 진흥위를 만들어 포털 뉴스를 윤석열 정권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기존 제평위의 구성 상 허점과 운영의 폐쇄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있었다. 한국언론학회는 지난해 ‘제평위 개선방안 보고서'를 펴내고, 제평위 참여 단체를 현행 15개에서 21개(생산자 단체, 전문가단체, 소비자단체 각 7곳)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방안은 포털 뉴스에 관한 공적인 권한 행사가 가능한 많은 단체로 분산되어 위원회의 사회적 합의체로서의 성격을 강화해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따라 진흥위가 구성된다면, 오히려 집중된 권한을 손에 넣은 정치 권력이 진흥회의 입을 빌어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를 포털로부터 퇴출시키고, 정파성에 기생하는 사이비 언론들의 기사가 포털에 공급되도록 압력을 가하리라는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다.
진흥위가 기사배열 기준에 대한 심의와 기사 공급 과정에 대한 의견제시와 시정권고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개정안은 포털 사업자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진흥위의 의결사항을 수용해야한다는 의무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노조가 지난 선거 국면의 포털 뉴스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포털 뉴스 배치의 문제는 알고리즘 뿐만 아니라 뉴스 생산자와 독자의 생산 및 소비 행태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리즘 품질 향상을 위한 포괄적인 대책 없이 정치적 이해 관계에 입각해 기사배열에 개입하는 것은 뉴스 생태계에 더 큰 왜곡과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진흥위가 기사 공급 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조항 또한, 포털을 압박해 특정 논조의 기사를 내리고 올릴 수 있게 만드는 독소 조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포털 공론장을 정치 권력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의도로부터 출발한 이 법안은 공론장에 부작용과 해악만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이런 개정안이 제출되는 동안, 국회가 해야할 일들은 방기되고 있다. 제작년 7월에 문체부가 정책적 활용을 중단한 ABC 부수 지표는 여전히 신문 관련법 곳곳에 남아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고, 대주주 자본의 편집권 침해를 예방하고자 발의된 신문법 개정안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제평위를 포함한 미디어 규제 기구들을 통합하여 자율규제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에도 국회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 바란다. 저널리즘 장의 혼란을 해소하고 발전적인 개혁을 도모하기 위해 제출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하고 책무를 다하라. 위기의 신문과 저널리즘을 구출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에 경고한다. 필수 개정안들은 도외시한 채, 언론 장악을 위한 법안들을 내놓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중단하라. 공영방송은 감사와 수신료를 무기 삼아 압박하고 YTN은 앞뒤 없이 민영화로 몰아세우며 방송장악을 밀어붙이더니, 포털을 빌미로 신문과 언론 전체를 장악하고자 시도하는 뻔한 행태는 윤석열 정권의 눈 밖에 나면 어떤 언론이든 숨통을 끊겠다는 기도이자 언론계에 대한 선전포고이다. 언론 자유를 훼손하고 공론장을 장악하려는 시도에 언론노조는 모든 투쟁 역량을 동원할 것임을 밝힌다.
2023년 4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