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세월호 9주기, 거짓과 퇴행을 부수고 진실과 생명을 복원해내자>
어느 새 9년이 흘렀다. 그러나 그 날의 참혹한 기억을 우리는 지울 수 없다. 맹골수도 바닷물에 스러져간 삼백 넷의 생명, 순수와 불순으로 갈라쳐져 길바닥에 내팽개쳐진 유족들의 울음, 부재와 무능의 책임을 거짓과 혐오로 덮어보려던 국가 권력의 잔인함을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다시 소환하고 기억해야 한다. 구조보다 은폐에 급급한 권력의 타살 앞에서 다시 그들의 입에 의존해 진실을 가리고 유족들과 트라우마에 빠진 시민들의 기대를 져버린 대다수 언론이 참사의 또다른 2차 가해자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수많은 양심적 언론노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유하지 못한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
2023년 4월,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참사의 진상규명은 온갖 음모론에 갇혀 결론을 맺지 못한 채 남은 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생명을 담보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과 국가권력의 폭력은 여전히 수많은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해 10월, 159명의 청춘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기계에 끼어 숨을 거둔 SPC의 제빵 노동자 등 시민과 노동자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지만, 자본과 권력은 진상규명 방해와 책임회피,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로 자신들의 책임을 지우고 진실을 가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세월호 8주기였던 지난해, 권성동·서범수·김미나 등 보수여당 정치인들은 ‘세월호가 정쟁으로 소비되고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되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모욕했다. 이태원 참사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 14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태원 참사 서울광장 분향소를 지켜온 유가족에게 변상금 2,900만원을 부과하는 잔혹함으로 대응했다.
정치권력에 빌붙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가리고 유족을 모욕했던 김장겸 전 MBC 사장등 극우 언론인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떵떵거리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급기야 언론자유 투사 행세까지 하는 천인공노할 행보를 거리낌없이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억과 반성, 생명이 있어야 할 자리가 다시 은폐와 적반하장, 죽음으로 채워지고 있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와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언론노조가 세월호를 기억하고 반성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의 강령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이다. 우리는 더 가열찬 언론자유! 방송독립 투쟁!으로 시민과 노동자를 위협하는 모든 권력에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다. 생명 대신 이윤을, 안전 대신 효율을 앞세우는 모든 탐욕에 저항할 것이다.
이를 통해 거짓과 퇴행이 잠식한 자리에 진실과 생명의 역사를 복원해 낼 것이다.
2023년 4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