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짜리 데자뷔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치 멘토 최시중이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앉자마자 KBS 김금수 이사장을 만났고 신태섭 이사를 닦달한 끝에 기어이 정연주 사장을 밀어냈다. 김금수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난 뒤 신태섭 이사와 정연주 사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승소할 때까지 4년이나 걸렸다. 그 4년 동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등에 업고 KBS 이사와 사장 자리를 꿰찬 자들이 공영방송을 유린한 기억을 우리가 어찌 잊겠는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또다시 ‘일단 내쫓아 KBS 이사회 여야 비율을 바꾸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뒤에 숨어 웃을’ 모양이다. 한나라당 의원이었고 이명박의 정무수석비서관이던 김효재가 방통위원장 대행 자리에 앉더니 위헌적인 수신료 분리고지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 것으로 모자라 이제는 임기가 남은 KBS 이사들을 몰아내 방송장악극 본편 상영에 들어갔다. 해임사유가 명백하지 않을 뿐더러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도 끝나지 않은 남영진 KBS 이사장까지 ‘묻지 마’ 해임한 뒤 윤석열 정권 낙하산 사장을 앉히겠다는 그림이 너무도 선명하고 노골적이다.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이 공영방송을 점령할 ‘고지’, 먹어야 할 전리품으로 다루는 시대착오적 인식 아래 군사작전 같은 방송장악 폭력이 쓰나미처럼 몰아닥치고 있다.

 

취임 전부터 언론장악 전력과 학폭 논란 속에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이동관 차기 방통위원장 내정자에게 비단길을 깔아주기 위해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가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서라도 방송장악의 정지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태세다.

  

우리는 이렇듯 직무대행 꼬리표를 달고 거침없이 위헌적 직무집행으로 합의제 기구의 원칙과 책무, 언론자유의 기본정신을 마구 짓밟으며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위원회’로 전락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폭주를 멈추기 위해 국회가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탄핵할 것을 거듭 요구해왔다.  그러나, 국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수신료 분리고지 강행을 통한 공론장 파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연속적인 이사해임 등 연이은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가 군사작전처럼 진행되고 있다. 거대 야당은 윤석열 정권을 비난할 뿐 김효재 대행 탄핵 등 아무런 실효적 저지선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추천 절차를 마친 최민희 전 위원의 방통위원 임명을 거부하고, 정원 5인의 방통위를 여야 2대 1 구도의 기형적 체제로 전락시킨 후로 야권 추천 방통위원은 껍데기만 남은 위원회 내부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워주는 일 말고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기 방통위원장 취임 이후에는 야권에서 최민희가 아니라 누가 와도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의 들러리가 될 뿐이다.  

 

이에 우리는 엄중히 요구한다. 

 

야권 추천 방통위원은 전원 사퇴로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에 강력 저항하라!  

이미 합의제 기구의 기본정신은 완전히 망가졌고, 폭력적 의사 결정만이 남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다. 허울뿐인 위원회에 남아 김효재 대행이든 이동관이든 아니면 다른 누구든 윤석열 정권의 아바타가 지배하는, 최소한의 독립성과 중립성도 보장하지 않는 방송장악기구에 야권 추천위원이 남아 정족수를 채워주며 단 1초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김현 방통위원은 물론 아직 방통위원 임명절차가 끝나지 않은 최민희 전 의원도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 가장 강력한 항의행동을 실행에 옮겨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국회에 엄중히 요구한다. 

 

8월 23일로 만료되는 김현, 김효재 두 방통위원의 후임 추천 절차를 무기한 거부하라!

합의제 기구의 기본정신과 독립성, 중립성에 기초한 미디어 공공성 강화 책무를 내팽개친 채 국회를 무시한 시행령 정치로 공영방송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윤석열 정권이 무도한 방송장악 기도를 포기할 때까지 국회는 어떠한 인물도 방통위원으로 추천해서는 안 된다. 자리 욕심에 눈이 멀어 방통위원 추천에 협조하는 순간, 우리는 국회도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 공범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다. 

 

지금은 방통위를 멈춰 세우는 것이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위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3년 7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