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가 특정 후보의 사장 선임을 위해 선임 절차를 의도적으로 파행시켰다. KBS 이사회는 당초 4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 1인을 선정하기로 하고, 최대 3회까지 결선 투표 진행,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사장 후보 재공모 등을 골자로 한 사장 선임 절차에 합의했다. 하지만, KBS 이사회는 지난 4일 최종 후보자 선출를 위해 진행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합의대로 상위 득표자 2인인 박민, 최재훈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절차를 중단, 연기해버렸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강력히 반발 했지만, 서기석 이사장은 당초 합의된 절차까지 무시하고 본인의 직권으로 선임 절차를 연기했다. 헌법재판관까지 역임한 서기석 이사장이 특정 사장 후보의 선정이 불안해지자, 본인이 합의한 절차까지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는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는 엄연히 사장 선임 절차를 일방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차후 사장 후보가 결정된다고 해도 정당성 자체가 훼손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사회 연기 이후 여당 추천 이사 가운데 정권이 내정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이사에 대해 압박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고, 급기야 최종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이 어제 저녁 사퇴해 버렸다. 이뿐인가. 오늘로 연기됐던 이사회도 이유없이 취소돼 버렸다. 그야말로 ‘친 윤 사장’ 옹립을 위한 더러운 합종연횡이다. 창립 50주년을 맞는 KBS 역사상 이토록 지저분한 사장 선임과정은 없었다. KBS이사회가 가장 치욕적인 공영방송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행은 KBS 사장 선임 절차가 얼마나 주먹구구,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며, 선임 절차 자체가 위기의 공영방송을 이끌 리더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내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후보를 사장에 선정하기 위한 요식행위였음을 보여주는 지울 수 없는 증거이다. 

그리고 사장 선임 절차 파행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던 근본적 원인은 현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공영방송 탄압 및 장악 시도에 있다.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을 대법원 판례 마저 무시하는 무도한 방식으로 해임한 이후, 대통령이 원하는 이른바 ‘친윤 낙하산 사장’을 공영 방송에 내려 꽂기 위해 KBS이사회는 마치 군사작전 하듯 무리하게 선임 절차를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도입했던 공개정책설명회 및 시민평가 제도는 일방적으로 폐기되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수준의 노골적 방송 장악 시도이자 역사적 퇴행을 2023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토록 무자비하게 밀어붙이면서까지 선임하려던 사장 후보는 법조언론인클럽 출신이자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라는 인사로 방송 공공성에 정면 배치되는 권언유착 카르텔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인물이다. 한 마디로 모든 공모 절차가 공영방송 KBS를 친윤석열 스피커로 전락시키겠다는 의도 하에 이뤄지다 이 꼴이 난 것이다. 이번 사태는 공영방송 정치 독립 법안이 왜 국회에서 처리돼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예이다.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자임한 KBS이사회에 경고한다. 당신들이 사장 선임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공영방송이 직면한 위기를 타파하고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가 누구냐이지,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도, 여당의 방송장악 야욕도 아니다. 더 이상 공영방송을 정권에 헌납하려는 시도를 거두어라. 지금이라도 졸속 선임 과정에 대해 인정하라, 이사회는 미증유의 위기에 빠진 공영방송을 이끌 적격자를 찾기 위한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공개적인 공모절차를 보장하라.

또한 이사회 파행을 이끈 주범 서기석 이사장은 당장 사퇴하라. 만약 경고를 무시하고 특정 후보를 사장에 앉히기 위한 무리수를 계속 둔다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번 사장 선임 절차 파행을 이끈 현 KBS 이사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KBS이사회는 ‘친윤 낙하산 사장’ 졸속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

마지막으로 부적격 사장 후보자들에게도 경고한다. 이번 공모 절차 과정에서 당신들의 밑바닥은 이미 드러났다. 당신들은 공영방송을 이끌 능력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번 공모 절차를 통해 이미 검증받은 결과를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사장에 대한 꿈을 접어라. 나아가 향후 재공모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다시 지원하는 낯부끄러운 짓은 꿈도 꾸지마라.


2023년 10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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