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YTN지부 “졸속 심사, 이해충돌 우려… 방통위는 YTN 지분매각 절차 당장 중단하라”
방송통신위원회가 YTN 최대주주를 민간자본 유진그룹으로 변경하기 위해 이례적이고 졸속적으로 절차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유진그룹은 보도전문채널 YTN의 최대주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YTN지부는 11월 24일 오전 10시 30분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진그룹이 YTN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없는 이유로 ▲계열사를 통한 80억 원 부당지원 ▲유진기업 노조 탄압 ▲유진그룹 오너 검사 뇌물 증여 사건 ▲ESG경영평가 최하위 4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위 4가지 항목은 방송법 제15조의2 제2항에 규정된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유진그룹은 지난달 23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두 공기업의 YTN 보유지분 30.95%를 인수한 뒤 지난 15일 방통위에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방통위는 바로 다음날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신청 하루만에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과거 다른 방송사들이 승인 신청 접수 후 기본계획 의결까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이 걸렸던 것에 비추었을 때 방통위가 ‘졸속 심사’를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통위가 졸속 심사를 강행하고 있지만 언론노조 YTN지부는 인수자 유진그룹의 부당 지원 및 일감 몰아주기 등 부적격 사유가 산더미라고 지적한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일가가 68%지분을 보유한 ‘회장님 회사’ 천안기업이 2015년 유진투자증권 사옥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유진그룹 지주사 유진기업은 대기업들의 계열사 편법 지원 수단으로 쓰이던 파생 금융 상품 TRS(총수익스와프)를 이용해 80억 원을 부당 지원했다”며 “2018년 금융감독원은 2014년말 기준 자본금 2억 원, 자산 14억 원 규모의 천안기업에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을 뿐 아니라 천안기업이 여의도 사옥에 입주한 계열사들을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며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린 것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 혐의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사실을 통보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가 제시한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 심사 항목 중 2항은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을 검토하도록 되어있기에 부당지원과 관련한 공정위의 행정처분 내역과 제재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며 “그러나 방통위의 심사가 졸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이 내용을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진그룹 계열사 유진기업의 부당노동행위도 부적격 사유로 꼽혔다.
이은용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지난해 9월 유진기업 노조가 노조 설립 소식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유진기업 홍보팀이 언론사에 기사 삭제를 요청하고 실제로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지난 2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이에 대해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유진기업은 노사협의회 설치 방해, 직원 수당 미지급 등으로 노동청의 행정지도와 시정지시를 받는 등 반노조 행태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자본과 사용자에 편향된 시각을 가진 유진그룹이 YTN의 최대주주가 될 경우 노동 보도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을 저해할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언론에 기사 삭제를 요청하는 등 언론을 입맛대로 주무르고 자사 이익에 따라 언론을 조정하려는 행태는 유진그룹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과거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에게 그룹 내사 무마 대가로 5억 4천만 원을 빌려주는 등 뇌물을 증여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유경선 회장은 범행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했고 재판부는 판결문에 ‘대기업을 대표하는 회장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망각했다’고 적시했다”며 “이런 오너 리스크 때문에 유진그룹은 2017년 10년 간 위탁 운영하던 ‘나눔 로또’ 사업자에서도 탈락했다. ‘수억 원대 뇌물 공여자가 큰 규모의 정부 수탁 사업을 맡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로또 위탁 사업도 맡지 못하는 기업이 대한민국 보도전문채널의 경영권을 진다는 건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유진기업이 올해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것도 부적격 사유로 꼽혔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레미콘 업체 유진기업은 올해 ESG 경영평가에서 환경 C, 사회 D, 지배구조 D 점수를 받아 최하위를 기록했다. 비슷한 업종인 삼표시멘트가 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A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라며 “특히 3세 후계자로 지목되는 유경선 회장의 장남 유석훈 씨는 2014년 유진기업 부장으로 입사해 이듬해 곧장 사내이사로 선임, 지난해 부사장이 된데 이어 올해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해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강화했다.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 항목 2항은 사회 공헌 황동을 평가 대상으로 삼는데 ESG 경영에서 낙제점을 받은 유진그룹이 언론사 최대주주로 적합한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과거 SBS 대주주 태영건설이 2세 승계 과정에서 방송 전문 지주회사 미디어홀딩스를 TY홀딩스로 변경했을 때, 동일 주주의 지배구조 변동이었음에도 방송 독립성과 소유·경영 분리원칙이 저해될 우려가 있어 경영진은 물론 당시 언론노조 SBS본부장이던 저 역시 종사자 대표 진술을 했다”며 “이보다 훨씬 큰 폭의 지배구조 변화를 가져오는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는 훨씬 정밀한 심사가 필요함에도 대국민 사기극 수준의 야바위판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1일 구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YTN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위원회는 오늘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적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오늘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지난 16일 방통위가 의결한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 기본 계획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집행정지를 신청할 예정이다.
사진자료 : https://bit.ly/46tXZk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