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 1. 지난 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은 사퇴 회견을 한 뒤 기자 질문을 받지 않은 채 떠났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떠나는 이동관에게 지난 11월 29일 방통위 심판정에 있던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방청 취재를 하지 못하게 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이 뒤따랐다.
이동관은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지난 2022년 9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욕설과 비속어 파문을 일으킨 뒤 같은 해 11월 18일 출근길 기자단 문답에서 MBC 취재진을 전용기에 태우지 않는 건 ‘뉴욕 욕설과 비속어’가 “가짜 뉴스”여서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는 질문을 받지 않은 채 떠난 대통령처럼.
대통령과 이동관이 기자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어금니 사리물고 떠난 건 올바른 공직자 자세가 아니다. 기자 몇몇을 업신여긴 게 아니라 시민 알 권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데자뷔 2. 지난 2022년 11월 18일 “뭐가 악의적이냐”는 기자 질문을 두고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이기정은 “들어가시는 분(대통령)한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말씀하시고 끝났잖아”라는 반말과 함께.
지난 1일 오후 이동관을 향한 기자 질문을 두고도 ‘예의’가 불거졌다. 이동관을 떠나보낸 방통위 정책연구위원 오명진과 위원장 비서관 문재웅이 질문한 기자를 찾아와 “예의를 지켜야 할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오명진은 기자 책상을 수첩으로 두 차례 치며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문재웅은 “질문을 하는데 예의를 지켜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더니 “(이동관은 이제) 질문을 받아야 하는 공직자도 아니”라며 기어이 “당신!”이라고까지 기자를 몰아붙였다.
아니, 예의 없는 건 이동관과 오명진과 문재웅이었다. 회견이었는데 자기 할 말만 하고 떠나 시민 알 권리를 깔본 이동관은 분명 예의가 없었다. 오명진과 문재웅도 매한가지. 둘은 이동관 심기를 감싼답시고 예의 없이 시민 알 권리와 기자를 폭행했다.
이동관과 오명진과 문재웅이 품은 언론 장악꾼 본색이 온전히 드러났다. 대통령에게 허리를 90도쯤 접을지언정 시민 알 권리엔 고개 숙일 수 없는 자다. 기자 책상을 탕탕 치며 권력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보도만 부추길 자다. 오로지 권력에게만 예의 바른 자다. 이른바 ‘땡윤 뉴스’에 춤출 자다.
모두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자 아닌가. 방통위가 오명진과 문재웅을 무겁게 징계해야 옳다. 시민과 기자에게 정중히 사과하라. 언론 장악꾼에겐 공직에 있을 자격이 없다.
2023년 12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