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무자격’ 방통위원장 후보자 김홍일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이번 청문회가 그 자체로 우스운 까닭은 두 가지다.
첫째, 대한민국 방송통신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규제 및 정책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이 될 자가 방송・통신에 관한 경력이 단 한 줄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둘째, 이동관이라는 희대의 ‘언론장악 기술자’를 몰아낸 직후에, 국민권익위원장으로서 이동관의 행동대장 노릇을 했던 자가 다시 이동관의 후임으로 등장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자를 ‘자수성가’ ‘소년가장’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방통위원장에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노조를 포함한 언론 현업단체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지명 철회 요구에도 인사청문회 날까지 일언반구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여당의 재보궐 선거 패배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궁지에 몰리자 ‘국민은 늘 옳다’며 머리를 조아렸던 윤 대통령이 속으로는 여전히 언론장악과 독재 통치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인사청문회 직전 김홍일이 서면 답변서를 통해 내놓은 답도 가관이었다.
김홍일은 KBS 등 공영방송에 “노조 등 특정 세력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윤석열이 이끄는 극우 세력에 좌우되는 박민 사장 체제 아래 KBS의 독립성 훼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되레 ‘제작·편성 등 방송사 고유의 권한으로 후보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엉뚱한 답을 했다.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와 관련해서는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으로 들었다고 답했으며, 윤 정권의 언론탄압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오히려 “윤 정부는 출범 이후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추켜세웠다.
이처럼 답변서에서 드러나는 그의 태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사슴을 두고 말이라고 일컫는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이런 태도로 인사청문회에 임하고 있으니,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 뒤에 보일 행보도 심히 우려스럽다.
그의 첫 번째 과업은 공영방송 장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장으로서 가담했던 불법적 공영방송 이사 해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국민권익위가 방통위에 이첩한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조사 건에도 ‘셀프조사’에 착수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할 것이다.
두 번째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검열 야욕에 다시 불을 지피는 일일 테다. 방통위와는 독립된 민간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반헌법적인 ‘허위조작정보 심의’를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 공영방송과 종편을 포함한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심사, YTN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를 지렛대로 삼아 비판 보도의 목줄을 쥐려고 들 것이다. ‘김홍일 절대 불가’의 사유는 이외에도 차고 넘친다.
공직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다음과 같이 선서한다. “본인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서합니다”. 이는 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직무에 관한 자신의 소신과 전문적 식견을 가감 없이 말해야 하고, 모든 발언은 자신의 양심에 근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소신도 식견도 없는 김홍일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마음 깊숙한 곳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당신의 양심을 직시하라. 그리고 당신이 맡아서는 안 되는 자리에 앉기 전에 명예롭게 물러나라. 이동관이 뛰어들었던 불명예의 수렁에 구태여 당신까지 몸담을 이유가 있겠는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이다.
김홍일, 당장 사퇴하라.
2023년 12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