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미세먼지 농도 수치 ‘1’을 파란색 인포그래픽으로 나타낸 것은 특정 정당의 기호를 연상하게 한 것’(법정 제재 위한 의견진술 처분)” “‘김건희 특검’이라 말하면서 ‘여사’라는 호칭을 생략한 것은 문제(행정지도 중 권고 처분).”
석 달 넘는 기간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위’)에서 벌어지는 코미디의 일부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설치된 선방심위가 윤석열 정권의 청부를 받은 극우 인사들의 언론탄압·선거운동의 도구가 되고 있다.
선방심위의 심의 내용만 문제가 아니다. 양적으로도 얼토당토않은 심의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선, 총선, 지선을 통틀어 열여덟 차례 구성된 선방심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인 관계자 징계는 모두 2회(2014년 6회 지선, 2016년 20대 총선)였던 데 반해, 이번 선방심위에서만 총 9번의 관계자 징계가 결정됐다.
특정 방송사를 겨냥한 편파·표적 징계도 노골적으로 자행된다. 현재까지 선방심위가 결정한 58회의 법정 제재 및 행정권고 처분 중 MBC가 21회, CBS가 14회, YTN이 7회를 차지했다. 9번의 관계자 징계도 MBC 6회, CBS 2회, YTN 1회로 세 방송사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종편들에 내려진 법정 제재는 한 건도 없었다.
이번 선방심위는 구성 시점부터 편파·표적 심의를 예고했다.
사상 초유의 ‘민원 사주’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은 지도교수인 백선기를 선방심위 위원장으로 앉혔다. 류희림은 또 그간 선방심위 위원을 추천한 대표적 언론·학술단체를 배제한 채 정권 편향적인 단체로 추천 단체를 꾸렸다. 특히 극우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의 전·현직 대표자인 최철호와 권재홍이 선방심위 위원으로 가세해 소속 단체의 민원을 근거 삼아 편파·표적 심의를 주도하고 있다.
선방심위의 의도는 명백하다.
이들에게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관련 방송을 심의한다는 데 따르는 무거운 책임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방송사 재허가 심사 감점 요인인 제재 결과를 근거로 선거 기간에 정권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려 정권을 보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12대 중앙집행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선방심위의 편파·표적 심의 일체를 규탄·거부한다.
하나. 우리는 언론 탄압의 도구가 된 선방심위 해체 투쟁에 나선다.
하나. 우리는 선방심위의 정치심의 결과를 수용하는 사용자는 언론 노동자의 핵심 노동조건인 공정방송을 훼손하는 공범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한다.
12대 중앙집행위원회는 윤석열 정권과 방심위가 저지른 죄악과 앞으로 자행할 탄압에 대해 법적・사회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며,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방송 장악·국가검열 시도에 맞서 끝까지 연대 투쟁할 것이다.
2024년 3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12대 제12차 중앙집행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