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이었다. 대통령은 본격적인 회견에 앞서 혼자 23분에 달하는 자기 변명을 늘어놨다. 집권당의 총선 패배 직후 국무회의에서 밝힌 ‘나는 잘했는데 국민들이 몰라줘 아쉽다’는 입장에서 한 뼘의 변화도 없었다. 겨우 시작된 회견에서도 김건희 여사 이슈, 채상병 특검 이슈 등 일부 사안들이 다루어졌으나, 사안들의 핵심을 비켜가는 동어반복과 얼버무리는 듯한 답변으로 지켜보는 국민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1년 9개월 만에 대통령이 회견을 연다는 것이 기사가 될 정도로 일상화된 권위적 불통, 비판 언론을 적으로 간주해 테러협박을 일삼는 언론 탄압이 펼쳐지고 있으나, 이번 회견에서는 놀랍게도 이에 대한 언급이 전무했다. 대통령 기자회견장은 대통령의 정견 발표회장이나 자기 변명 대회장이 아니다. 국민을 대표해 참석한 언론이 대통령과의 문답을 통해 국정 운영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때로는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훼손하는 정권의 부정이나 모순이 드러내야 하는 자리다. 윤석열 정권발 언론탄압은 국민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민주주의의 근본 토대를 허물어, 독재적 지배체제를 만들고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물론 대통령실이 의도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 질문할 가능성이 높은 언론사 기자들을 배제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언론탄압과 언론자유지수 폭락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은 것은 한국 언론의 현실과 위기의 단면을 같이 드러낸 장면이다.
총선 패배의 충격으로 윤석열 정권이 아무리 이런 식의 ‘쇼통’을 강화한다 해도 언론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차별적 방송장악과 언론인과 시민에 대한 강제수사 등 언론・표현의 자유와 독립성 훼손이 중단되지 않는 한 민주주의와 민생 회복은 불가능하다. 식물 상태에 빠진 정권의 위기도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드러낸 어제 회견은 정확히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몰락을 자초하고 있는 지금,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민주주의와 언론・표현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이들과 함께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방송3법 입법과 언론장악 국정조사 등 긴급 현안 처리를 관철해 낼 것이다. 또한 방송 공공성 확대와 신문 저널리즘 진흥 그리고 미디어 불안정노동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공론의 장을 열 것이다. 나아가 비판적 저널리즘의 토대를 새롭게 다져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치 세력이 더 이상 발 붙이지 못하는 민주적 공동체 건설을 위한 책무를 다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주어진 수명을 다하는 길은 지금이라도 언론장악의 낡은 DNA와 거부권 정치를 포기하고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 보장, 언론자유 확립,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 대화와 타협에 나서는 것 뿐이다.
2024년 5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