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공무원들에게 묻는다
국민과 언론자유의 편에 설 것인가
시한부 권력의 주구가 될 것인가
총선참패를 안긴 국민적 심판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과 해체를 위한 시나리오를 강행하고 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계획을 의결하고 줄행랑을 치면서 5인체제의 방통위는 이상인 직무대행 1인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난 11일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후보 공모를 마쳤으며, 25일에는 EBS 후보 공모 절차까지 멋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불법적, 위헌적 작태를 계속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와 국민적 반대 여론은 모두 무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공영방송 파괴자 이진숙을 임명하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마무리하고 방송장악을 완결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래 이처럼 불법과 파행으로 얼룩진 방통위 운영은 전례가 없다. 지난 13개월 여 동안 직무대행까지 포함하면 무려 7번이나 수장을 바꿔치기한 막가파식 국정운영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MBC를 포함한 공영방송 장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권력의 광기에 방통위 자체가 거덜 날 지경이다. 이대로라면 방송장악 전과자 이진숙이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되더라도 전임인 이동관, 김홍일과 마찬가지로 야당의 탄핵발의와 자진사퇴는 예고된 수순이다. 방송정책, 국정운영, 국민신뢰, 공영방송 모두 무너뜨리는 출구 없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의 방통위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제고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공영방송 장악과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법원과 국회, 시민사회가 합의제 기구의 취지와 설치목적을 위반한 기형적이고 위법적 체제의 문제를 거듭 지적하고 있지만, 마이동풍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시라. 반헌법적 언론 장악 정권은 예외 없이 민의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으며, 윤석열 정권은 이미 거대한 민심의 이반 아래 언제 명줄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방통위 공무원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 탄핵 후 문체부가 구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불법사찰과 불이익에 가담한 문체부 공무원들과 산하기관 직원들 130여명에게 징계 및 수사의뢰 권고를 결정한 바 있다. 교육부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해 ▲국정화 반대 학자 학술연구지원 불법 배제, ▲국정화 비밀 TF 부당 운영,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부당 선정 등에 개입한 공무원의 징계를 요청했다. 또 학술연구사업 선정 관련 화이트․블랙리스트 작성, 관변단체를 동원한 여론조작 혐의로 교육부 관계자 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 불법적 직무집행 지시를 통한 방송장악 업무에 지속적으로 협조하고, 부당한 업무지시에 순응한다면 방통위 공무원들 역시 정권의 위헌적, 위법적 방송장악에 가담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불법적인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관여하거나, 지금도 이를 주도하고 있는 방통위 공무원들은 들으라. ‘공무원 행동강령’ 제4조 1항에도 ‘공정한 직무수행을 현저하게 해치는 지시’에 대해서는 ‘그 사유를 그 상급자에게 소명하고 지시에 따르지 아니’할 수 있다는 조항을 새기고, 양심에 따라 방송장악 업무지시와 집행을 단호히 거부하라. 그렇지 않다면 전국의 언론노동자들과 주권자인 국민들은 방통위에서 벌어진 방송장악 국정농단의 책임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하게 따지고 물을 것임을 명심하라.
다시 강조한다. 지금 행해지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원천 무효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법적, 정치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기도에 맞설 것이다.
방통위 공무원들은 결단하라. 주권자인 국민의 편에 설 것인가. 한 줌도 안되는 시한부 권력의 앞잡이가 될 것인가.
2024년 7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