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공영방송을 극우 확성기로 만들겠다는 권력의 폭주는

비참한 자해극이 될 것이다.

지난달 31일 이진숙이 주도한 2인 체제 불법 방송통신위원회는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임명했다. 정원 11명으로 구성되는 KBS 이사회 가운데 7명만, 방문진 이사회는 정원 9명 가운데 6명만 임명했는데 멋대로 여당 몫, 야당 몫을 나눠 일부만 임명한 것은 법적 근거도 없고 전례도 없는 희대의 파행이다. 83명에 이르는 이사 공모 지원자에 대한 평균 심사 시간은 40여초. 서류전형과 면접 등은 다 건너뛴 엉망진창의 졸속 난동극이었다.

그렇게 임명한 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공영방송 이사회가 아니라 반사회적 소시오패스 집합소를 방불케 한다. 과거 방송장악 부역, 소수자 차별과 혐오, 극우 편향, 정치 낭인, 스폰서 접대 연루자 등 가지각색으로 골고루 모아 놨다.

KBS 이사로 임명된 황성욱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법률 대리인,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정무특보를 거쳐 현 정권에서 국민의힘 추천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을 지냈다. 여성신문사 부사장인 이건 씨는 새누리당 출신 강창희 의장 시절 국회 대변인과 당 상근 부대변인, 이회창 대통령 후보 정무보좌역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극우 언론단체 출신들도 빠지지 않았다. 이인철 씨는 자유한국당 추천 방문진 이사,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쳤다. 그는 공정언론국민연대 발기인이자, 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 활동을 하는 등 극우 성향이 뚜렷하다. 바른언론시민행동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허엽 씨는 동아일보 문화부장 시절 유인촌 장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을 옹호하는 칼럼으로 비판을 받았고, 공모 지원서에는 “KBS 사장은 국가 기간 방송으로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확하고 과감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밝혀 공영방송이 정권의 전리품이라는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류현순 전 KTV 원장은 길환영 KBS 사장의 4·16 세월호 참사 보도 당시 부사장이었으며 <6시 내 고향> MC 강제 교체 책임자였다. 이렇듯 정치권을 기웃거리던 인사이거나 하나같이 KBS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경쟁하듯 파괴하려는 사람들로 채웠다.

방문진 이사들은 한술 더 뜬다. 김재철 사장 당시 시사교양국장이었던 윤길용 씨와 라디오본부장이었던 이우용 씨는 MBC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드는 데 적극 부역한 인물이다. 윤길용 씨는 최승호, 한학수 등 <PD 수첩> 제작진을 유배지로 부당 전보하는 등 정권 비판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킨 후 울산MBC와 MBC NET 사장을 꿰찼다. 또한 공영방송정상화범국민투쟁본부 등 윤석열 정권 이후 생긴 극우 단체들에서 활동하며 정부 여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이우용 씨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라디오 진행자 하차를 주도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한 뒤 춘천MBC 사장, MBC C&I 고문을 맡는 등 꽃길을 걸었다. 검사 출신 허익범 변호사는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드루킹 사건 특검으로 활동했고, 임무영 변호사는 2010년 MBC <PD 수첩> 보도를 통해 고발된 ‘부산 스폰서 검사’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보도는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가 부산지검 검사들에게 룸살롱 향응 접대를 해 온 사실을 폭로한 사건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임 씨는 검사 생활을 그만둔 이후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극우 집회에 참여하고 이진숙 옹호, 장애인 혐오 등 문제적 발언을 반복해 온 인사다. 또 서강대 김동률 교수는 지난해 2월 언론 기고를 통해 각종 범죄 의혹에 휩싸인 김건희 씨를 옹호하고, MBC 민영화를 주장해 온 인물이다. 한마디로 MBC 파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윤석열 정권의 극우 돌격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최악 부적격자 이진숙 씨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 강행한 것처럼 윤석열 정권의 막가파식 인사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방송장악위원회’로 만들고 공영방송을 정권 호위와 편향적 극우 이념의 확성기로 전락시킨 윤석열 정권의 폭주는 결국 스스로 몰락을 재촉하는 자해극으로 결론 날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심판과 민심의 분노를 알량한 술책으로 덮으려던 ‘권력의 비참한 말로’가 윤석열 정권의 가까운 미래가 될 것이다.

 

2024년 8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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