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법 개악, 입틀막도 모자라 귀틀막을 할 셈인가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권이 ‘입틀막’도 모자라 ‘귀틀막’까지 나섰다. 지난 10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을 제출한 행정안전부는 청구인이 “악의적으로 부당•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로 인해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과도해지고 행정력 낭비가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개정안에서는 정보공개 청구요구가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판단할 기준을 신설했다. 이 기준은 ‘정보를 취득•활용할 의사가 없이 제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청구하려는 경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의 청구, ‘정보를 특정하지 아니하거나 방대한 양의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공공기관의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인정되는 경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위 신설조항이 정보공개 담당 공무원의 업무 부담과 행정력 낭비라는 명분을 내세웠을 뿐, 대통령과 그가 수반인 행정부처장, 지방자치단체장, 그리고 공공기관장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틀어 막겠다는 의도로 판단한다. 개정안에 명시된 세 기준 또한 알 권리의 주체인 국민이 아니라 조직 보호 본능에 충실한 공공기관을 주체로 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정보공개법 개정인지, 정부를 위한 정보차단법 개정인지 답은 뻔 하다.

정보공개 청구는 언론의 합법적인 취재 경로이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핵심 수단이다, 지금도 다수의 지자체와 행정부처는 정보공개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공개를 거부하거나 임의로 종결처리하고 있다. 검찰부터 기초단체까지 기관장에 불리한 모든 정보를 비공개로 처리하여 언론의 취재와 검증을 가로 막고 있다. 언론이 공공기관에 요청하는 정보공개청구는 언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와 독자인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며, 그 권리의 수행을 언론이 위탁받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정보는 언론이 필요한 시기에 조속히 확보하여 국민의 정치 참여를 위한 기초 정보를 제공하는데 쓰이는 공공재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보공개법 개악안은 이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심의로 넘어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국회 행안위에 분명히 밝힌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끊이지 않고 있는 언론인 고발과 압수수색 등 ‘입틀막’ 정권이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할 귀를 틀어 막는 ‘귀틀막’ 정권으로 나가겠다는 엄포다. 헌법기관인 국회가 헌법 제21조(언론과 출판의 자유)와 제26조(청원권)를 차단할 이 개정안을 의결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윤석열 정권에 경고한다. 이미 신뢰를 바닥까지 잃은 정권이 ‘귀틀막’ 법안까지 추진하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기초인 ‘투명성’을 저버리는 퇴행이다. 정부의 신뢰는 투명성에서 나온다. 대통령의 지지율 불감증이 모든 정부부처장들에게 확산된 것이 아니라면 지금 즉시 개정안을 철회하라.

2024년 11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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