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13대 중앙집행위원회 결의문]
우리는 언론개혁의 최후 전선에서 승리할 것이다
대선 정국이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쫓겨나고 남겨진 폐허는 언론 노동자에게 더욱 가혹한 현실로 다가온다. 정치는 더욱 극단화됐고 언론에 대한 신뢰는 한층 더 추락했다. 최소한의 진실조차 담지 않은 채 허위 정보를 남발하는 엉터리 언론이 난립하고 있다. 무책임한 선동가들은 참과 거짓의 경계를 교묘히 뒤흔들며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 3년은 언론 노동자에게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다. 그는 후보 시절부터 부적절한 언론관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언론사의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다”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고, 언론노조를 향해서는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못된 짓의 첨병”, “뜯어고치겠다”는 막말로 언론노조를 공격하며 언론 혐오, 노동 혐오를 부추겼다.
0.73%p차로 간신히 집권한 윤석열은 곧바로 언론 장악의 야욕을 드러냈다. ‘언론 장악 기술자’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에 앉히고 공영방송 탄압을 본격화했다. 이동관이 탄핵 위기에 몰리자 자진 사퇴시키고 김홍일을 내세우는 등 추태를 부린 끝에, 공영방송 KBS 이사진을 뒤집고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는 데 성공했다. 25년 동안 준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지켜온 YTN은 무자격 악질 자본에게 팔려나갔다. 오세훈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지역 공영방송 TBS의 재정 기반을 무너뜨리며 위기로 몰아넣었다.
검찰은 ‘윤석열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경향신문과 뉴스타파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형사처벌을 앞세워 비판적 보도를 위축시켰다. 방심위를 장악한 류희림은 방송 보도를 겨냥해 억지 심의를 밀어붙이며 제재의 칼날을 휘둘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MBC 기자에게 ‘회칼 테러’ 운운하며 협박했다. 보수 단체와 결탁한 국민의힘은 신문광고 지표에 ‘진보 매체 광고 몰아주기’라는 근거 없는 프레임을 씌워 제도 자체를 무력화했다. 정권 차원의 언론 탄압은 비판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시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언론 장악의 망령에 사로잡힌 정권의 폭정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기형적인 2인 체제 방통위로 방문진 이사를 교체하고 MBC를 장악하려던 이진숙의 기도는 실패로 끝났다.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를 EBS 사장으로 ‘알박기’하려던 계획 역시 언론 노동자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KBS와 EBS의 재정 불안을 초래한 수신료 분리고지는 마침내 폐기됐다.
하지만 윤석열이 무너뜨린 언론 공공성과 민주주의는 여전히 폐허 속에 남아 있다. 우리는 그 잿더미 위에서 언론을 다시 세우고 민주주의를 복원할 것이다. 그 길의 맨 앞에 언론노조 깃발을 높이 세울 것이다.
우리는 방송3법을 개정해 그 누구도 다시는 공영방송을 흔들 수 없도록 못을 박을 것이다. YTN과 T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방통위와 방심위가 언론 장악의 도구로 악용되지 않고 본연의 책무를 다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망국적인 중앙 집중 속에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지역 신문과 방송을 되살릴 것이다. 미디어 현장의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권 침해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개혁을 위한 마지막 싸움터를 향해, 우리는 뜻을 함께 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여 진군할 것이다.
우리는 이 전선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끝내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언론개혁의 역사적 책무가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을.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2025년 4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13대 중앙집행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