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YTN 30년 역사에 치욕을 안긴 유경선 회장은 즉시 물러나라
언론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주식회사의 형태를 띠고 주주가 존재하더라도, 언론은 그 이상의 공적 책무를 지닌다.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뿐만 아니라, 내부 권력으로부터의 자율성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구호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경영진이 뉴스룸과 그 구성원의 공적 책무를 존중하는 문화부터 확고히 자리잡아야 한다. 그런 존중조차 보일 수 없다면 애초에 언론사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YTN 대주주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에게 묻는다. 당신은 도대체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 안가에서 은밀한 향락을 즐기던 전두환의 80년대가 그리웠는가? 시민들이 계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대통령 파면’을 외치며 광장의 밤을 지새우던 2024년 12월 20일, 당신이 YTN 간부들과 유진그룹 본사 식당에서 벌인 송년회는 군부독재 시절의 ‘연회’를 방불케 했다. 당신을 칭송하는 낯뜨거운 건배사가 오갔고 일부 간부들은 노래까지 선보였다. 사장이 불러 영문도 모른 채 술자리에 끌려나와 모욕을 당한 여성 앵커도 있었다. 이는 도저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고 믿기 어려운 퇴행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번 사태를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의 책무를 지닌 YTN에 대한 유 회장의 조롱이자, 엄중한 성적 모욕으로 규정한다. 문제는 유 회장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회장의 비위를 맞추려 품격을 내던진 사장 이하 간부들은 YTN 노동자 모두에게 치욕을 안겼다. 아울러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유경선 회장뿐 아니라, 이런 천박한 대주주에게 YTN을 떠넘긴 윤석열 정권의 책임 또한 엄중히 묻는다.
하나. 유경선 회장은 이 사태로 YTN이 걸어온 30년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YTN 뿐 아니라 한국 언론사에서 이러한 작태를 보인 대주주는 없었다. 유회장은 지금 즉시 사죄하고 YTN을 떠나라.
하나. 어떤 변명과 핑계를 대더라도 회장의 심기에 아부하고 같은 구성원에 성적 모욕까지 안긴 죄에서 간부들은 자유롭지 않다. YTN 30년 역사를 더 이상 더럽히지 않으려면 즉시 보직에서 사퇴하라.
하나. 추잡하기 이를 데 없는 대주주에게 YTN이라는 공적 자산을 안겨준 김홍일 당시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은 청부 사영화의 전모를 실토하라. 윤석열 정권이 남긴 언론장악의 상흔을 치유할 마지막 기회를 당신들에게 주겠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위 세 가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1만 5천 조합원과 투쟁을 함께할 것이다.
2025년 9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