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18명 출범 9개월
족벌언론 인쇄출판노조
새벽 3시 투표 축배 들어
교보노조도 조직전환
19일 새벽 2시 30분. 광주시 북구 양산동 10평이 채 안되는 노조실에 푸른 제복의 노동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열대야는 새벽까지 이어져 작업복이 후줄근하게 땀에 젖어 있다. 손은 기름때에 절어있고 손톱 밑은 새까많다. 그 손에 신문 2부씩이 들려있다.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전날 밤 9시에 출근하여 지금 막 마지막 발송차를 떠나보내고 하루 일과를 마쳤다.
그렇게 모여든 노조원들은 17명. 휴가중인 1명만 빼고 다 모였다. 호남지역에 배포될 조선일보를 인쇄하는 조광출판인쇄 노동자들은 이날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조직전환을 위한 투표를 한다.
"산별노조는 우리가 임금을 제대로 받고 부당 해고를 막으려고 싸울 때 함께 투쟁할 커다란 울타리 같은 것입니다" 위원장의 설명이 이어지고 투표는 시작됐다. 16명 찬성, 1명 반대 1명. 조합원들은 개표결과에 환호했다. 참치 캔을 냄비에 붓고 댓병 소주가 돌았다.
이재홍 위원장은 "광주의 언론노조는 우리가 선봉이어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노조가 강해지니까 광주공장을 전주로 옮긴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와 연맹이 그것을 막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광 노조는 족벌언론 노조이고 18명의 작은 조직이며 지난해 11월 출범한 신생조직이지만 사측의 개별적인 방해공작을 뚫고 연맹 산하 인쇄노조로는 처음으로 산별을 돌파해 냈다. "야간 근무수당은 커녕 마음대로 임금을 깍고 마음대로 해고해온 지난 6년 무노조 기간의 탄압이 우리를 뭉치게 만들었다"고 위원장은 투표결과의 의미를 해석했다.
새벽 4시. 옷 갈아입고 회사근처 포장마차에서 한잔 더 하자고 모두 나선다. "잠 안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우리는 인자 초저녁이어라우"
교보문고도 12∼13일 이틀간 총투표에 들어가 조합원 384명중 331명이 투표에 참가, 314명이 찬성에 표를 던져 94.9%의 높은 찬성률을 보이며 조직전환을 확정했다.
교보노조는 산별투표와 함께 벌인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도 찬성 310명(93.7%), 반대 15명(4.5%)으로 파업을 결의해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교보 노사는 25일<기본급 9.5%, 상여금 50%>에 합의해 조인식을 가졌다.
/ 언론노보 286호(2000.7.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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