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시장 어떻게 할 것인가> 좌담회


길드 형태 단체계약 모색

공판제 현실적 모델 연구 선행

처벌 강화한 자율규약 한 대안


신문 1부를 확장하는데 경품은 최고 13만원대를 돌파했으며 무가지는 최장 6개월을 넘어선 곳도 있다. 끼워팔기와 강제투입은 더욱 극성을 부리며 살인까지 불러왔던 과당경쟁 현장의 폭력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자율규약은 이미 공염불로 전락한지 오래다. 언론노보는 무법천지로 전락한 신문시장의 실태와 문제점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보고 실질적 대안마련을 위해 '신문시장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때 8월 2일 오전10시
장소 언론노련 회의실
사회 이광이 언론노련 편집국장
참석자 주동황 광운대교수
서정식 신문협회 기획부장
이우충 신문공정판매협의회장


사회 : 신문시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동안 노동계·학계·시민단체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오늘 좌담회는 '신문공동판매제' 실시 등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동황 : 공판제의 제기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수 있습니다. 첫째 대형신문의 물량공세를 통한 중소신문의 고사와 여론독과점 현상을 막아내기 위해 마련된 대응전략이며, 둘째는 비효율적인 신문시장을 개혁해 천문학적 판매비용을 절감해 보자는 것입니다.
서정식 : 공판제는 법적 근거를 가지는 '강제적 공판제'와 신문사들이 자발적 필요에 의해 실시하는 '비강제적 공판제'로 나눠볼 수 있겠는데요, 이 중 강제적 공판제는 정부가 신문의 유통 및 생산구조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옳지 않다고 봅니다. 신문협회는 공판제 사전검토를 통해 4가지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소극적 판매에 따른 전체 독자군의 축소 우려가 있고 △신문사 자율의사에 따른 공판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며 △독점 방지를 위한 판매회사의 복수화가 필요하고 △마케팅은 각 사별로, 배급은 공판회사가 하는 이른바 공동배달제 형태가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이우충 : 공동판매의 경우 실제 몇몇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부산지역의 경우 대형신문사 지국이 타 신문까지 함께 취급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고, 광양의 경우 3명이 지국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는 '합동운영' 형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읍·면 단위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요.
사회 : 일선 지국에서는 공판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우충 : 의정부와 이천 등지에서는 지국장들이 자율규약을 제정해 경품과 무가지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었고, 여수에서도 33개 지국장이 모여 자정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러한 시도들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고, 모임 자체가 상설화 되어있지도 않지만 공판제를 필요로 하는 현장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서정식 : 지국들이 규약을 정하고 자율공판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약한 쪽에서 규약을 어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현실이 이러한데 공판제을 실시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신문사가 지국에 대한 납품가격을 낮추는 등의 방법을 통해 시장은 더욱 왜곡될 것이 뻔합니다.
주동황 : 그러한 점은 공판제의 원론적 문제라기 보다는 진행과정상의 폐단 아닙니까. 핵심은 협회와 각 신문사들의 자정의지입니다.
이우충 : 지금과 같이 신문협회의 제재가 미약해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대안은 어떤 것들이 마련되어 있습니까.
서정식 : 현재 대폭 강화된 자율규약안을 만들고 있는데요, 올 하반기부터 실시할 예정입니다. 내용은 경품을 전면금지하지 않고 연간 구독료의 6%선(7,200원)에서 현실화하는 방안입니다. 여기에 감시체제와 처벌 강화를 위해 △인력 충원 △지역 상주 감시체제 가동 △경품가격 100배의 벌금 부과 등의 방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회 : 그러나 협회 차원의 처벌이 미약했고 정가 6% 이내의 경품이 허용되는 수도권에서조차 고가경품이 앞다퉈 등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실효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핵심은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제도마련이 아닐까 합니다. 주제를 바꿔 현재 판매시장의 비용은 어느 정도입니까.
주동황 : 통계를 보면 신문사 총지출의 10∼15%가 판매비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사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개 신문사당 총지출이 평균 200억∼300억원 정도라고 할 때 판매비용만도 30억원에 육박한다는 추산이 가능합니다.
서정식 : 판촉요원이 1부를 확장할 때마다 본사로부터 평균 3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다. 여기에 지방 출장비용과 경품·무가지 비용까지 합하면 1부 확장 당 최소 12∼13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우충 : 경품 구매비용도 엄청납니다. 평균적으로 경품 구입 때 본사는 정가의 30∼40%정도를 지원하고, 나머지 몫은 고스란히 지국장들에게 돌아갑니다. 경품을 안 쓰고 싶어도 무리한 확장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고, 쓰자니 빚만 늘어가는 형국입니다.
주동황 : 판매시장을 이야기하면서 반드시 다뤄져야 할 부분이 바로 지국과 본사의 관계입니다. 지금처럼 일대일의 계약관계 아래서 지국의 권리보호는 요원한 얘기입니다. 각 지역 지국들이 동종업종 길드(Guild) 형식의 조합을 만들어 복지와 권리보호는 물론, 본사와의 위상 재정립에 나서야 합니다. 이러한 조합을 통해 '시장정상화를 위한 지국간 합의'도 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우충 : 조합 결성의 단초를 볼 수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 순천에서는 경품이 5만원대에 이르는 등 경쟁이 과열화되자 20여개의 지국이 모여 '순천신문사(판매지국장)협회'를 결성했습니다. 이 협회는 8월 1일부터 △경품 근절 △무가지 2개월 △정가판매 △1부 가격에 2∼3부를 함께 제공하는 이른바 '세트판매' 금지 등의 원칙을 정하고 1백만원 씩의 공탁금을 걸어, 이를 위반하면 공탁금을 회수하고 고발 조치키로 합의하고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협회는 또 앞으로 매달 1회의 정기회의를 갖고 회비를 5만원씩 걷는 등 활동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사회 : 공판제 실시와 규제 강화, 지국조합 결성 등 많은 대안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를 현실화 할 수 있을까요.
이우충 : 판매 공정화는 신문사 사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신문시장의 3주체라 할 수 있는 본사·지국·판촉요원 모두의 자정노력과 신뢰할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서정식 : 협회가 마련한 '공정규약'에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집행체제 강화가 절실합니다. 협회는 단기적으로는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신문판매제도 개혁을 위한 '신문판매아카데미'를 설립해 신문마케팅 연구와 판촉요원 교육 등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주동황 : 신문개혁과 시장개혁의 중심에는 판매개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동출자 형식의 판매공사 수립과 지국 조합 결성을 통해 문제의 발생지점을 원천적으로 바꿔내야 합니다. 공판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시민, 노동, 신문사, 학계 등 유관단체의 논의로 풀어야 하겠지요. 무엇보다 협회의 꾸준한 노력과 신문사들의 책임 있는 자세와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 언론노보 287호(2000.8.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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