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탄압 딪고 창립 2개월
임단협 산별 무조건 돌파
룰렛식 해고 보고 노조 만들자 뭉쳐
중앙신문인쇄노조는 이제 출범 두 달을 갓 넘긴 신생노조다.
지난 6월 5일 설립된 조합원 100여명의 소규모 사업장 노조지만, 우리에게는 남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우리만의 무기가 있다. '단결력'이 바로 그것. 교대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사업장도 가락동과 서소문, 안산 등에 떨어져 있지만, 조합원들의 동지의식과 서로에 대한 애정만큼은 시간도 거리도 뛰어넘는다. 지난달 '전국신문인쇄노조체육대회' 때 전체 조합원의 90%에 가까운 조합원이 동참, 족구팀만도 8개가 출전했다.
설립 당시 나타난 사측의 노조 명칭에 대한 딴죽걸기, 공장장의 어용노조 설립 시도에도 불구하고 강한 결집력과 신생노조 답지 않은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단결'에 있다.
물론 신생노조로서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
사측의 '삼성식 노조대응전략'으로 조합사무실 마련만 해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사무실도 서소문 사옥 지하 3층에 위치한 정비실을 반 나눠 임시로 쓰고 있다. 그나마 책상 두 개를 놓으면 회의용 탁자가 들어갈 자리마저 없는 좁은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좁은 곳에서부터 시작해 큰 일을 치를 작정이다.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단협.
19명의 교섭위원을 선정해 그 위용을 갖추고, 노조 전임자마저 인정하지 않는 사측에 맞서 △월 4시간의 조합활동보장 △단일호봉제 도입 △고용안정 쟁취를 위해 가정도 잊은 채(?) 열심이다.
우리 노조는 이번 단협을 위해 언론노련과의 간담회만 4차례를 가졌고, 새벽 4시부터 시작하는 자체교육만도 6차례가 넘게 진행했다. 이번 단협을 통해 올바른 노사관계를 정립하고, 노동자도 회사의 주인으로 서야 한다는 것이 노조원들 모두의 생각이다.
지난 IMF 당시 사측은 신문 감면을 이유로 사전통보나 합리적 기준도 없이 8명을 정리해고하고 5명을 부당전보조치 했다. 전직원을 모두 모아놓은 자리에서 호명을 통해 해고를 일방통보한 이 어처구니없는 '러시안 룰렛식 해고'였다. 이런 경험들이 오늘 노조를 있게 하고, 고용안정을 위해 모두가 뭉칠 수 있도록 하는 담금질이었음을 우리는 깨닫고 있다.
중앙신문인쇄노조 사무국장 전승환
/ 언론노보 287호(2000.8.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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