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방송외압 실태
DJ '국익' 발언 이후 수차례 파행
국방부, 반미문제 사사건건 압력
언론노련, 자율성 침해 강력투쟁 천명
권력의 방송외압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언론노동계는 "또다시 보도지침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연대투쟁을 천명하고 있다.
꼬리를 물고 있는 권력의 방송외압은 김대중 대통령의 "반미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 이후 부쩍 늘어났다.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지난 2일 TV 선정성·폭력성 월권발언을 전후해 MBC뉴스는 롯데파업의 본질을 호도한 두차례 정정보도를 내보냈고, KBS <추적60분> '매향리' 보도에 대한 국방부의 4억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졌다. 8일 KBS는 <추적60분> 말미에 "지난주 매향리 보도가 미군을 폄하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다"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성 멘트를 달았다. 앞서 지난 1일 MBC
방송의 자율권 침해사례는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으며 시기도 집중되고 있다. 또 대체로 정부의 민감한 분야인 국방부와 미군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 방송불가의 이유로 '국익'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러한 사태의 전개과정은 권력의 방송외압 의혹을 넘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방송의 자율성을 침해하며 압력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고 판단하게 만든다. 방송사 노조협의회는 지난 22일 KBS노조사무실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이미 제작이 끝난 프로그램을 방송 2시간 전에 중단시키려는 발상은 외압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으며 DJ의 반미발언이 나온 같은 날 오후였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직접적 개입을 지목했다.
따라서 최근 일련의 파행사태는 정부의 외압에 방송사 경영진이 굴복하는 야합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사태는 권력의 언론 자율성 침해라는 언론자유수호의 문제와 무엇이 국익인가라는 진정한 국익의 문제, 그리고 보도의 기준이 과연 국익인가, 사회정의인가의 문제 등 원칙적 차원에서의 다양한 투쟁과 논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련은 최근의 사태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판단해 방송사 경영진 스스로 파행에 대해 사과·해명하고, 불방 프로그램을 즉각 방송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이뤄지지 않을 때 전면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노조의 강력반발에 밀려 방송사 경영진이 뒤늦게나마 방송결정을 내린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보도지침과 다를 바 없는 권력의 구체적 압력이 또다시 되풀이될 전초전에 불과한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 언론노보 288호(2000.8.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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