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PD수첩 등 불방 압력 잇따라

노조 제작거부 전면 투쟁 나서자 결국 철회


최근 국방부·주한미군 관련문제 등 정부의 민감한 분야를 다룬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들이 불방 결정되거나 우여곡절 끝에 보도되는 등 파행방송이 잇따르고 있어 정권의 외압으로 인한 언론의 자율성이 크게 침해받고 있다.
KBS <추적60분> '국방군사연구소는 왜 해체됐나?' 편과 MBC '헬로우 아저씨의 진실'편은 경영진이 '국익에 위배된다'며 일방적으로 불방 조치를 단행, 노조와 제작진이 전면 제작거부를 천명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두 프로그램은 결국 파행 방송되거나 방송예정 결정이 내려졌다. 또 MBC <100분토론>의 경우 반미성향이 강한 토론자의 교체를 요구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당초 20일 방송될 예정이었던 '국방군사연구소'편은 지난 17일 제작본부장의 급작스런 제작중단 지시 이후 21일 CP(책임프로듀서) 회의서 '국익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방송 불가 조치가 내려졌다.
이 프로그램은 국방부의 급작스런 연구소 해체와 새 연구소 설립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배경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취재 기간 중에도 국방부로부터 제작관계자들에 대한 형사고발 등의 압력을 받아왔다.
KBS PD조합원들은 국방부의 압력으로 두 차례나 방송이 연기됐던 KBS추적60분 '국방군사연구소'편의 발송불가판정에 반발해 제작거부를 선언하며 전면투쟁에 돌입하자 결국 사측은 9월3일 방송을 내보내기로 한발 물러섰다.
지난 1일 주한 미군 범죄와 SOFA(한미행정협정)문제를 다루기 위해 방송된 MBC '헬로우…' 편도 방송 2시간 전 사장의 급작스런 불방 요구에 따라 방송시간 임박해 가까스로 프로그램을 방영을 결정하는 홍역을 치렀다.
PD수첩은 이밖에 지난달 18일 공기업 낙하산 인사 등 현 정권의 인사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제작국장을 비롯한 제작진이 정권과 사측으로부터 강력한 압력을 받았었다.
3일 SOFA를 주제로 방송된 MBC <100분토론>도 토론자로 지정된 홍근수 목사(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대표)의 출연문제를 두고 사측이 제작진을 상대로 홍 목사를 출연시키지 말 것을 요구,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 언론노보 288호(2000.8.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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