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얘기지만 언론계에는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데 군사정권과 권위주의 정권을 지나면서 누적된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새로운 문제들이 추가돼 언론 개혁의 과제들이 줄어들지를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언론을 둘러싼 권위주의 체제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
우선의 과제로는 신문개혁 문제로 지배체제의 변경과 편집권 독립, 시장 질서 정비 등이 시급한 요구로 대두된 지 오래이다. 그리고 정부 소유 언론사들 특히 대한매일과 연합뉴스의 독립성 확보 또한 한편으로는 진행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매우 지지부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연합뉴스에서는 오히려 낙하산 사장이라는 시대 역행적인 사태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또 CBS와 국민일보에서는 종교 언론의 권위주의적인 지배체제와 독선적인 경영 등으로 인해 일반 언론사들에게 모범적인 언론상을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구시대적인 행태로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방송 쪽에서는 방송위원회가 위성방송 선정작업을 하면서 여러 차례 선정방식을 무원칙하게 변경함으로써 스스로 권위를 잃고 앞으로도 계속 문제를 남기게 됐다. 정보 통신부가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방송방식 선정 또한 공개적이고 투명한 시험을 거치지 않고 진행돼 현장의 방송 기술인들이 상당한 정도로 반발을 하고 있다. 방송 광고와 관련된 정책들도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골고루 청취하지 않아 역시 갈등을 빚어지고 있다. KBS에서는 경영진이 불법적으로 정리해고를 통고한 상태여서 노동조합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모든 개혁과제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문제는 권위주의적 지배체제이다. 그 주체가 돈이든 권력이든 상관없이 소유자가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는 그릇된 사고가 바로 언론문제를 관통하는 문제의 근원인 것이다. 권력 행사의 보편성 확보가 언론개혁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바로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 언론노보 289호(2000.9.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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