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투쟁 한달째 - 사측도 극약처방불법해고 철회 안되면 분규 장기화KBS 박권상 사장이 부사장 자리를 늘려 동문 후배를 임명한지 3개월만에 환경직 조합원 98명을 집단해고하면서 촉발된 KBS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박사장 고발 직후 파업찬반투표 실시, 박 사장 퇴진운동을 천명했으며 사측은 현상윤 위원장과 김수태 부위원장, 한명부 고문 등 지도부에 대한 직권면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S사태는 지난 22일 노사 양측이 노사협의회를 갖기로 합의하면서 다소 실마리를 찾는 듯 했으나 사측이 갑자기 '노사협의회 운영원칙'이라는 문건을 통해 노조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운영원칙'은 △노측 위원 출입제한 △협의 안건 제한 △회의장소 (일방)변경 △고성 및 폭언 금지 △간단명료한 발언 요구 등 노조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이 문서는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협의회 개회가 곤란하거나 회의가 결렬될 수도 있다'고 밝혀 노조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6월 사내개혁을 위한 합의서와 공방위 합의서에 따라 노사공동연구팀(TF)을 구성하자는 공감대를 이뤘으나 경영진의 반대로 구체적 진전을 보지 못한 채 9월 3일 시한을 넘겼다.또 고용안정에 대해서도 사측은 98년 2월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 합의문과 올 임단협에서 "일용계약직을 포함한 전사원의 인위적 인력감축의 경우 반드시 노사협의에 의한다"고 명문화했는데도 이 약속을 일방 파기하면서 집단해고를 통보,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이다. 사측은 특히 환경요원들이 사회통념상 임금의 3배가 넘는 고임금을 받는다며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 계산에는 임금의 범주에서 제외되는 복지기금(자녀학자금)과 퇴직적립금까지 악의적으로 더해져 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한국노총 산하 연합연맹이 9월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2001년도 지방자치단체노조 환경미화직 처우개선 의견서'에 따르면 17년 근속한 서울시 환경미화원의 한달 평균 임금은 171만원. 이는 KBS에서 17년을 근무한 환경직 조합원의 148만원보다 23만원이 많은 액수다. 또 KBS 환경조합원의 평균 임금은 한국노총이 산정한 4인가족 생계비 월 245만원의 약 60%에 불과하다.결국 KBS사태는 사측의 억지논리·사실왜곡·노조 길들이기가 더해지면서 노조가 박 사장 고발과 파업이라는 외길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가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약자를 제물삼아 강자가 생색을 내며 자리를 보전하려하고 있다는 언론계 안팎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사측이 이를 철회하고 합리적인 사내개혁안을 만들지 않는 한 이번 사태는 눈덩이처럼 확산되며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보 290호(2000.9.27)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