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세 정년 맞은 한명부 조합원87년 창립멤버시위 1천회, 파업 6회, 구속 1회 이력항의시위든 규탄집회든, 언론노련이 거리에 나서는 날 봉고차를 몰고 어김없이 나타나는 선배가 있다. 연맹 1만7천 조합원 가운데 최고령인 그는 미리 와서 집회의 시작을 준비하고 늦게까지 시위의 뒤끝을 정리한다. '시위참가 1천여회, 파업 6번, 연행 2번, 구속 1번' KBS노동조합 고문 한명부씨(방송망 운영국 기술직)의 이력이다. 올해로 58세, 9월30일로 정년을 맞았다.76년9월 KBS 관악산중계소에 입사한 한씨는 87년5월 KBS노조 창립발기인으로 시작하여 정년을 맞기까지 13년 동안, 노조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은 KBS노조의 문지기이며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하라는대로 하고, 하지말라면 못하고, 주는대로 먹고, 안주면 못받는 그 시대, 질식해 죽을 것 같아 사표를 주머니에 써넣고 다니며" 그는 노조에 발을 디뎌 줄곧 궂은 일만 도맡아 했다. 90년 서기원 사장 퇴진운동 때는 마포서로 연행되기도 했다. 92년 낙하산 인사 퇴진투쟁 에도 앞장섰고, 96년에는 노조선전홍보국장(전임)을 맡아 노동법 거리투쟁에 나섰으며, 지난해 방송법 파업 때는 현상윤 위원장과 함께 구속돼 2개월간 옥살이도 했다. 한씨는 98년부터 확성기가 달린 KBS노조 9인승 봉고차에 시위도구를 싣고 KBS집회는 물론, 언론노련, 민주노총 집회와 시위 어디든지 빠짐없이 다니고 있다. 그는 "집행부가 모두 큰일에만 주력하느라 뒷일을 챙기지 못해 저것이 내가 할 일이구나 생각하고 뒤치다꺼리에 최선을 다한다"고 전했다.현장을 떠나며 그는 "훌륭한 위원장이 나온다고 해서 노조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참여하고 스스로 거름을 줘야 노조가 생기있게 돌아가고, 싸움도 잘하고, 스스로의 권익도 찾아지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참여를 후배들에게 당부했다.현상윤 위원장은 "그가 도착하면 집회가 시작되고 그가 떠나면 시위가 끝나는 KBS와 언론노동계의 문지기 같은 선배"라고 말했다.한편 한씨는 9월30일 예정된 정년퇴임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구속당시 혐의는 7월31일 사면복권으로 깨끗이 해소됐으나, 사측이 8월14일 관련자 3명을 면직한 뒤 복직처분을 내리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노보 291호(2000.10.11)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