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동, 시애틀, 프라하 이어 신자유주의 세계화 저지투쟁아시아와 유럽 25개 국가들의 자유무역회의인 ASEM(Asia Europe Meeting) 정상회의를 앞두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농민·교수·학생·시민사회단체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오는 20일 서울 삼성동에서 개최되는 아셈 3차 정상회의에서는 '2025년 아시아-유럽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목표로 각종 금융과 무역 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포괄적 아시아·유럽 협력지침서'를 채택한다.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공동대표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8일 중앙대학교에서 3천 여명의 각 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투자협정, WTO, 세계화 반대 연합공연 - 시애틀, 프라하 그리고 서울'을 개최한데 이어 12일 오후에는 종로성당에서 한일-한미투자협정 토론회를 갖기로 하는 등 투쟁의 열기를 점점 더해간다는 계획이다.국민행동은 또 오는 19일 '신자유주의 세계화, 구조조정 반대 전야제'를 개최하고, 20일에는 세계에서 모인 시위참가자들과 함께 '서울행동의 날'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국민행동은 20일 집회에 대해 '시애틀과 워싱턴, 그리고 지난달 프라하에서 있었던 IMF·세계은행 반대 국제행동의 날에 이은 전지구적 민중들의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국민행동 이종회 집행위원장(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은 "각종 투기자본의 국내 유입과 2차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 공기업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는 초국적 자본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면서 "이번 아셈 정상회의는 이러한 초국적 자본에 대한 규제 철폐가 핵심인 만큼, 국내는 물론 전세계 민중들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회의장 주변의 대기업들과 무역협회·호텔은 물론 집회 의도가 불분명한 각종 단체들이 시위가 가능한 지역의 집회신고를 선점해, 노동·시민단체는 집회신고가 불가능해진 가운데 경찰의 집회 봉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포스코 서울사무소 등이 아셈 회의기간을 전후한 19일부터 21일까지 '환경 및 친절캠폐인', '소음공해추방결의대회' 등의 집회신고를 선점했다.ASEM은 무엇인가ASEM은 한·중·일 그리고 ASEAN 7개국과 유럽연합의 회원국, 유럽 집행위가 참여하여 2년에 한번씩 개최하는 정상회담이다. 아셈은 '정치·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시아와 유럽 양 지역의 공동발전과 번영을 지향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96년 3월 방콕회의를 시발로 출범했다.아셈은 냉전체제 붕괴 이후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와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제) 등 미국 주도의 지역블럭 질서가 확립되면서, 유럽이 아시아 신흥시장을 공략해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높임으로써 미국과 일본의 아시아 시장에 대한 독점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창설됐다.96년 방콕회의와 98년 런던회의를 거쳐 이번 서울에서 열리는 3차 정상회의에서는 아셈 내 연구기구인 '비전그룹'이 제출한 'For Better Tomorrow'를 토대로 '포괄적 아시아·유럽 협력서'를 채택하는 등, 아셈의 중장기적인 발전정망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로 되어있다.보고서는 △상품 및 서비스의 자유거래 △금융시장 자유화 △투자무역 촉진 등을 핵심의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개방과 탈규제'를 기치로 연내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미 투자협정의 촉매제로 아셈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이에 대해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은 NAFTA의 예를 근거로 자본 중심의 아시아-유럽 지역시장 형성에 반대하고 있다.국민행동은 "나프타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의 요구를 묵살하며 더 싼 노동력을 찾아 작업장을 폐쇄하고, 노조를 무력화시켰던 초국적 자본의 횡포를 기억하라"면서 "지역블록 하에서는 자본간 경쟁이 더욱 강화되어 효율성이라는 이름 하에 정리해고가 예정된 인수합병이 무차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국민행동은 또 "(자본 중심의 지역경제체제 하에서) 개별 국가들은 국민경제적 필요에 입각하여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면서 "이는 그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세워온 각종 민주적 규제와 분배의 원칙을 송두리째 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보 291호(2000.10.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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