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방송은 결국 파업에 들어갔고, KBS도 심상치 않다. 기독교방송의 경우 임단협의 결렬에 따른 것이지만, 권력지향적 행태를 보인 권호경 사장에 대한 불신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사장직을 고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탄의 대상이 될 터인데 파업의 원인까지 제공하고 있다니 갈 데까지 가자는 것인가? 권력에 굴종하고 교계지분에 연연하면서 안으로는 군림하는 모습을 보인 권 사장의 비굴한 모습은 이번 파업으로 끝을 냈으면 하는 바램이다.편성규약의 자율성 보장 조항을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KBS 노사간의 대립양상도 박권상 사장의 이중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다. 보도된 바로 따르건대 사측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방송법에 규정된 편성권은 엄연히 사측의 권한이 아닌 취재 및 제작종사자의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측이 제시한 편성규약안에는 사장이 편성의 최종권한을 가진다고 되어 있어 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럴 바에는 규약을 만들 필요도 없으며, 방송법 4조 4항 폐지운동부터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방송법의 취지를 곡해하면서까지 사장의 개입을 정당화하려는 데는 정치적인 해독이 필요할 것 같다. 언론개혁이 제대로 진전된 구석이 없고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방면에서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그 원인이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독단과 무능,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동교동계의 약속위반을 들 수 있다. 대선 직전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일체의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각종 요직에 진출하여 일을 그르치고 있다. 권력재창출? 이들이 이렇게 설치는 한 권력재창출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하고 온 인사들이 가벼운 입을 놀려댔던 일들은 또 어떤가?대한매일을 제외한 언론사 사장들의 인사는 대체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들이 이 후 해야 할 일은 임명권자의 의중과 관계없이 자기 영역에서 언론개혁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이 일을 가장 착실하게 추진한 곳은 연합뉴스였다. 그 점에서 김종철 사장의 낙마는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그 후도 문제다. 김 근 사장의 인선이 잘된 일이라고 보지는 못하겠다. 대한매일의 소유구조개혁과 독립언론으로의 변신에 대해서는 경영진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그러나 박권상 사장으로 눈을 돌리면 실망 그 자체다. KBS의 개혁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또 정치사회 개혁을 위해 제대로 목소리를 낸 적이 있는가? 오히려 수구세력들을 파트너로 삼아 개혁적 목소리를 억눌러오지 않았는가? 혹시라도 권력실세들의 눈에 거슬리는 방송이라도 나올까 노심초사하면서 안으로는 군림하려드는 태도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취임 초반에 <이제는 말한다>를 좌절시킨 데서부터 싻이 글렀다는 예감을 했던 터다. 이제 더 이상 무슨 욕심이 있는가? 사장은 사장으로서의 직분에 충실하면서 편성권은 제작자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KBS가 개혁을 선도하는 방송으로 우뚝 서도록 해야 한다. 편성권 장악하여 정권(재창출)에 유리한 방송이 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바로 그러한 발상이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김동민(한일장신대 교수)/ 언론노보 291호(2000.10.11)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