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제대로 알고 이해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깁니다. 이 지극히 당연한 얘기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아주 작고 쉬운 것에서부터 커다란 담론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우리 주변에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남북한 이야기, 분단과 통일, 평화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같은 핏줄이니,,,둘이 하나가 되고 같이 살아야만 한다는 50여년 질기게 이어온 강박관념에서도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평화만들기>가 된 것 같습니다. 평화를 만들어가는 첫 걸음은 서로를 인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간 상대방을 제대로 알고 인정하기 어렵게 했던 갖가지 왜곡과 오해를 푸는 일이 그래서 첫 시작이 됐습니다. 사실 이런 맘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도 그 사이 남북관계에 지금처럼 큰 변화가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장기수문제를 다루었을 때, 그때만 해도 장기수송환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 지리라곤 생각지 못했었고 북한노래를 다루면서 북한음반을 어렵게 구해서 틀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노래 국내합법음반이 이렇게 연이어 쏟아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었지요 3월에 <김정일, 김일성에 대한 몇가지 오해>가 첫 방송되고나서 3개월여 지나니 남북정상회담이후 김정일 팬클럽이 생길 정도라는 얘기까지 나돌게 된 걸 보면서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닌가,,,,했던 처음의 고민이 민망할 정도일때도 있었습니다. 우리 논의의 방향이 틀린 것이 아니구나 확인할 때마다 흐믓하면서도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어찌보면 이런 남북화해무드속에서 이 프로그램이 더 부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났던 거리의 시민들, 여러가지 정보와 조언을 주셨던 탈북자들, 우리의 논의에 깊이를 더해주신 여러 전문가분들… 작은 평화이야기를 귀를 기울여주신 청취자들 이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이저러한 모습으로 분단의 상처를 안고 살고있는 우리가 만난 많은 분들 이분들의 상처가 아무는 날을 기대합니다. 최영준 PD이광조 PD김영신 아나운서/ 언론노보 292호(2000.10.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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