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언론계에서 사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사람이 3사람 있다. 방송위원회의 김정기 위원장과 KBS의 박권상 사장 그리고 CBS의 권호경 사장이 그들이다.이들은 한때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해서 언론민주화에 나름대로 기여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이들이 퇴진요구를 받고 있을까? 언론노련은 이들이 퇴진요구를 받는 이유를 '도덕적 파시즘'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또 자신들의 선택이 지고지선이며 따라서 아무도 자신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기를 들 수 없다는 식의 독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군사정권 시절 너무나 옳은 명제였던 민주화의 길을 걸어 왔고 그러므로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행위는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따라서 '모두 옳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덕적 파시즘'인 것이다. 자신들의 주장과 좀 '다른' 의견은 곧바로 악이며 따라서 타도 대상인 것이다. 이들은 또 설사 자신들이 좀 잘못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과거에 모두가 옳다고 하는 일을 했는데 지금 사소한 잘못이 좀 있다 한 들 무슨 큰 문제가 되는가 라는 사고 방식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유감스럽지만 입으로는 민주화를 외쳤지만 자신들은 민주화되지 않았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이런 유형의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민주화를 권력 투쟁의 도구로 사용하며 자신들은 그 도구를 독점하면서 권력을 쟁취하고 정작 스스로는 권위주의의 화신이 된 인물들이 바로 이들인 것이다.이들의 말로는 김영삼 전대통령이 보여 주듯이 '정신분열증적인 희극'이 될 것이다. 자신들의 2중성이 폭로되고 난 후에 그들에게 남는 것은 언행에 일관성이 없는 정신분열과 자신이 웃음거리인 줄도 모르는 비극적 코미디일 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저런 몰상식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닌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을 비웃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자들에게 애도를 표할 뿐이다. / 언로노보 292호(2000.10.25)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