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부산일보 힘찬 첫발1만 3천 조합원 뒤따라신문 방송 인쇄 출판 망라깨어있는 언론노동자 확인산별추진위가 문을 닫습니다. 11월 24일 (가칭)전국언론노조가 출범하기 때문입니다. 산별추진위는 성공했습니다. 산별노조가 창립을 하니까 말입니다. 산별추진위는 지난 해 4월 7일 태어났습니다. 11월 23일까지 597일,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꿈 깨'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격려와 질책의 주문이 많았습니다. 숱한 교육과 간담회, 수련회, 그리고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그 속에서 활력을 느꼈고 언론사노조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산별추진위의 최대 성과는 이것이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3일∼4일 유성에서 연맹 중앙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예의 보드카가 돌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얼굴이 퉁퉁 부어 가사 상태로 잠들어 있는 위원장을 보았습니다. 이러자고 산별하나, 싶기도 했고 안타까움, 연민, 존경, 두려움, 이런 생각들이 오갔습니다. 위원장은 98년 9월 '고용안정, 언론개혁, 산별노조'를 약속하며 위원장 일을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니, 정말 '빡빡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로써 연맹은 빈사 상태를 벗어나 활력을 찾고 있습니다. 산별노조, 역시 90%는 위원장이 담당한 몫이었습니다. 참 무서운 사람이구나, 라는 게 지금의 생각이지만 함께 일하고 있는 것 또한 행운으로 생각합니다.물꼬를 터준 KBS, 부산일보, 스포츠조선 동지들,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빚을 진 한겨레노조. 간담회나 교육 한 번 없이 압도적으로 돌파한 대한매일, YTN노조. 전노협 시절의 전통을 보여준 종로서적, 교보문고노조. 산적한 현안 속에서도 감당했던 경향신문. 사장의 진퇴를 걸고 붙었던 국민 동지들. 담백한 신사 같은 연합노조. 많은 아픔 속에서도 99.4%라는 신기록을 세운 한국일보노조. 바른 생활 모범적인 활동의 KH·내외경제노조. 지방신문의 자신감을 보여준 국제신문, 전남일보, 광주매일, 경인일보, 인천일보노조. 새로운 축을 만들고 있는 민방노조 동지들. 대의원 100% 찬성을 이끌어낸 EBS, 제일경제노조. 파업과 함께 간 CBS 동지들. 든든한 문화일보, 스포츠서울21노조. 최강의 조직력을 보여주고 있는 동아일보신문인쇄, 중앙일보신문인쇄, 조광인쇄 동지들. 작지만 강한 농어민신문, 말지노조.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MBC노조. 동지들은 선구자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얘기로 동지들의 노고에 답하고자 합니다.「지난 세월 동안 언론노동자들은 제조업 노동운동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민주노동운동을 이끌어온 사무직 노동운동의 주축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금속산업연맹조차도 아직 '연맹'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이 때, 단위노조와 조합원 대다수 식구들이 함께 '우리는 먼저 산별로 간다-' 거침없이 나아가는 당신들은 노동운동의 역사 앞에서 어깨 으쓱 자랑해도 괜찮을 얼굴임에 틀림없다. 이 날이 있기까지 밤을 낮 삼아 마음 조리며 뛰어다니고 , 때로는 술에 절어 격론을 벌이고, '좌절'을 영양분 삼아 헤집고 다녔을 '선구자'들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고 위로하고 싶다.」또한 특별한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한 노조들에게도 건강한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늦어지고 있으나 빠른 시간 안에 하나가 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산별은 머리에 뿔난 것도 아니며, 전율할 정도의 그 무엇도 아닙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좀 더 잘해보자는 그 위도 아래도 아닙니다. 노동조합의 생명은 연대임을 새삼 확인합니다. 보태어 산별노조는, 모 논설위원이 갈파했던 '언론노조여, 깨어나라'에 대한 화답이기도 합니다.그러므로 산별노조는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참으로 많습니다. 갓 태어나는 산별노조를 안정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급합니다. 조직전환에 따른 부분적인 혼란을 추스르고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따라서 내년 일년 또한 올해 못지 않은 '나날'이 될 것입니다. 멀리는 조직체계의 정비와 산별교섭의 성사가 최대 과제입니다. 기업지부를 모두 인정한 현재의 산별노조 조직으로는 산별노조라 할 수 없습니다. 이 상태론 기업별의식이나 종업원의식의 극복은 요원한 일입니다. 산별 중앙->광역 본부->지역 지부로 온전히 편재할 때, 산별은 조금씩 완성됩니다. 산별교섭 또한 멀고도 고단한 길입니다. 우선 대각선교섭을 통해 악성 사업장이나 전략적인 사업장을 이겨야 합니다. 법·제도의 변화도 함께 가야 합니다. 산별교섭을 강제할 수 있을 때 산별노조는 완성됩니다. 산별추진위와 함께 이 글도 마지막입니다. 돌아보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먼 산을 쳐다보다가도, 돌아서면 '첩첩산중'입니다. 지나간 노동운동이야 역사지만, 생각하면 목숨걸고 투쟁한 이백 년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어디 노동운동 하는 거야'라고 일갈하던 이소선 어머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그리고 이제 언론산별노조 시대를 엽니다. 박강호(산별추진위 조직위원장)/ 언론노보 293호(2000.11.8)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