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곡의 우리 현대사와 운명을 같이 한 대한매일, 5공 정권의 폭압 속에서 탄생한 연합뉴스, 둘 다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이제 더 이상 정부의 소유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더욱 정교해질 필요는 있겠지만, 언론개혁의 관점에서 이들의 소유구조는 반드시 변화시켜야 한다.그런데 이들 언론사의 소유구조 개편 노력을 보면서, 진정한 독립이라는 관점에서 첨언할 말이 있다. 연합뉴스와 대한매일이 왜 정부로부터 독립하여야 하는가? 대한매일 또는 연합뉴스가 적자 운영을 하고 있거나, 회사 발전을 계획하기 어렵기 때문만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 정부가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일 수 있다. 그러나 본질은, 지금 언론계의 일반적인 경향인 자본 권력에 의한 언론 권력 획득이라는 현상에 있다.두 매체의 독립은 두 매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영 언론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언론 현실을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이다. 매체 기술의 변화, 자본 권력의 확대라는 전체 언론의 지형 변화 속에서 '어떻게 공적 언론을 확대시킬가'라는 관점에서 조망해야 하는 것이다.대한매일의 경영난이 정부 소유 신문이라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되었다면, 그래서 정부로부터 독립만 하면 대한매일이 경영 상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자본의 논리가 횡행하는 신문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 이제 정부로부터 독립했으니 상업성을 강화해야 하는 것인가. 대한매일은 상업성을 강화해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매체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대한매일의 독립은 자본의 논리로부터도 독립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이것만이 대한매일이 기존의 신문들과 차별성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는 텃밭인 것이다.이러한 논리는 연합뉴스에도 적용된다. 나는 정보 주권을 위해서도 연합뉴스가 공적언론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독립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통신언론진흥회라는 공익법인을 설립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연합뉴스가 공익성을 견지할 수 있도록 통신언론진흥회가 연합뉴스를 감독할 수 있는 틀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 길만이 연합뉴스의 소유구조 개편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방송문화진흥회처럼 경영진을 선임한 이후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는 틀이 없다면, 연합뉴스의 독립 요구는 이기적이라는 오해받을 지도 모른다./ 언론노보 293호(2000.1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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