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출범은 새삼스레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철학을 되새기게 한다.얘기는 옛날 만리장성 변경에 한 노인이 말(馬)을 기르다 잃고 되찾으면서 화(禍)가 복(福)이 되고 복이 화가 되는 과정이 되풀이됨을 세상사에 견주어 회자된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사노조에서 산별노조를 추진은 처음이 아니다. 1996년 방송사노조들이 방송산별노조 결성 추진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엔 조합원들의 인식부족과 사용자측의 교묘한 방해로 실패했다. 그 뒤로도 언론산별노조의 꿈은 포기되지 않고 꾸준히 그 의미를 지니면서 국내 언론사노조의 현실에서 필요성이 대두되곤 했다.1997년 국내 경제가 IMF구제금융의 고통에 시달리면서 국내 경제 및 사회구조가 급격히 변화했다.자본의 논리에 의해 언론노동자들의 위상이 추락했고 근로조건은 한층 열악해졌다. 언론노동자들이 회사의 논리에 매몰된 경영주와의 동반밀월의 시대가 마감됐다. 언론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이라는 경제논리에 희생돼 일방적으로 거리에 내몰렸다. 그 시련은 여느 일반사업장 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이로써 언론노동자들 사이엔 언론산별노조 결성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보다 힘을 얻으면서 3년 뒤인 2000년에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됐다.96년 언론산별노조 결성이 실패했을 때 많은 조합원들은 "무슨 난 데 없는 산별노조인가"로 자조(自嘲)한 바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98년 IMF한파로 인해 고통받는 당사자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 경험과 안이함, 고통을 교훈으로 우리 조합원들은 거친 격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 언론산별노조라는 희망호(號)를 출범시켰다. 바로 새옹(塞翁)의 심정으로 말이다.언론노조가 지니는 현실적인 수단으로서의 의미와 역사적인 의미는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희망을 가져 보자는 데에는 이견보다는 공감이 앞선다. 그러나 그 출범으로써 모든 게 안도의 감상으로 매몰돼서는 안된다. 언론노조의 동력도 바로 우리 조합원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다행스러움이 불행함으로 전화되는 과정을 우리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막아내야 하는 비장함과 헌신적인 노력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노보 295호(2000.1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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