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신문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초쇄경쟁이 우리들의 목줄에 날카로운 차꼬를 채우고 있다. 새벽 6시 반. 새벽바람은 차고 칠흙같은 하늘에는 아직도 무에 그리 아쉬운지 광휘를 머금은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새벽별 보기 운동'. 우리들의 숨가뿐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요즈음 일반적인 초판 인쇄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정도. 그나마 월드컵이나 올림픽 시즌이 되면 아침 10시 이전에 초쇄되기도 한다. 우리 신문이 조간인지 석간인지 알 수 업을 지경이다.그래도 나는 괜찮은 편이다. 돌볼 가정이 없기 때문이다. 부인과 아이들은 그저 호적상의 관계일 뿐 가족들 얼굴 한번 제대로 보는게 소원이라는 선배들의 넋두리가 가슴을 후벼판다."샌드위치 데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좀 쉬지 그래" 윗분들의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에 냉소적인 미소만 흘릴 뿐이다.생활의 대부분을 머리털이 곤두서는 취재현장과 알싸한 신문지 향내가 그윽한 편집국에서 보내는 기자들은 서로가 형제요 가족이요 동지다. 그러나 튼실한 삶의 기반과 재충전의 기회는 역시 가정과 최소한의 휴식에서 시작되는게 아닐까. 악몽 같은 초쇄경쟁 속에서 휴식과 자기개발은 이미 물 건너간 일이다.단신기사 한줄이라도 건지려고 토악질해대는 술자리에 몸을 내둘리는 것도 이제 즐거움이라기보다 곤욕이다. 아침 출근시간에 걱정돼 취한 발걸음을 편집국 숙직실로 옮기는 동료들의 어깨에 삶의 둔중한 무게가 피부로 와 닿는다.스포츠 3사 경영진이 초쇄경쟁을 바로잡기로 했다는 말이 들려온다. 당연하고 반가운 일이지만 스포츠 투데이가 빠져있어 허전함이 없지 않다. 모두 연봉계약직으로 노조결성마저 어려운 스포츠투데이지만, 이 문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며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새벽 정적을 깨는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다. 문득 배갯머리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흰 메모지가 눈에 띈다. "삼촌 얼굴 잊어먹겠어, 오늘은 일찍 와?" 쌍둥이 조카 녀석들이 쓴 정감어린 편지다. '초쇄경쟁이라도 없어져야 과자 봉지 하나라도 사들고 녀석들 자는 머리맡에 올려놓을 수 있을텐데' 하는 소박한 바램이다.고진현 스포츠서울21 편집국 체육팀/ 언론노보 302호(2001.3.21)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