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드 마지디 감독 [천국의 아이들]신발 한켤레로 나눠신는어린 오누이의 웃음과 눈물의 드라마우리의 옛날 일깨우는가난한 날의 행복요즘 영화는 극단적으로 분류하자면 세 부류이다. '싸우는 영화' '사랑하는 영화' 그리고 '착한 영화'다. '착한 영화'는 폭력과 섹스를 배제한 네오 리얼리즘 계열 작품으로 이란영화 등이 대표적이다.'천국의 아이들'은 전형적인 착한 영화다. 가난한 집안의 어린 오누이가 신발 때문에 겪는 애환을 웃음과 눈물의 드라마로 엮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자파르 파나히를 잇는 이란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1999년도 작품이다. 알리는 엄마 심부름을 갔다가 여동생의 운동화를 잃어버린다. 집안 형편을 아는 오빠는 사실을 부모님께 털어놓지 못한다. 오누이는 부모 모르게 필담을 갖고 해결방안을 찾는다. 마침 오빠는 오후반, 여동생은 오전반. 오누이는 한 켤레의 운동화로 등·하교를 번갈아 한다.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뛰어다니며. 어린이 마라톤대회가 열리고 3등 상품에 걸려 있는 운동화를 타기 위해 출전한 오빠는 1·2등이 아닌 3등을 하려고 기를 쓴다.영화는 헤어진 운동화를 수선하는 촌부의 투박한 손 장면으로 시작된다. 대회를 마친 뒤 연못에 담은 오빠의 부르튼 발을 금붕어들이 쓰다듬어주는 장면으로 끝난다. 금붕어는 이란에서 새해 첫날 생명의 상징으로 준비하는 관상어. 노동을 상징하는 '손'과 '발'을 처음과 마지막에 부각시킨 것은 감독의 의도와 따뜻한 메시지를 읽게 해준다.오락성은 물론 사회성 또한 짙은 작품이다. 단순한 성장영화가 아니다. '나눔'과 '공유'를 상징하는 갖가지 에피소드는 가난한 날의 행복을 찬미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꾀죄죄한 공동주택과 으리으리한 부촌, 좁은 골목을 두고 닥지닥지 붙어 있는 낡은 건물과 도심의 고층빌딩을 대비시킨 장면과 더불어 빈부격차에 대한 비판을 자연스레 엿보게 해준다. 할리우드 관점에서 보면 영화가 아니다. 인기 배우, 특수효과 등이 가미된 화려한 영상, 이야기를 비틀고 뒤튼 3막 8장식 구성 등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로베르토 베니니)와 함께 아카데미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고, 비영어권 영화가 발을 붙이기 힘든 미국에서 4개월 동안 장기 상영되었다. 국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검정 고무신마저 귀했던 보릿고개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중장년 층은 물론 이 시절을 거치지 않은 신세대, 나아가 초등학생에게도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세대와 가치관, 기호나 취향에 관계없이 온 가족이 볼만한 영화로 손색이 없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왜 제목이 '천국의 아이들'이냐는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영화 내용으로만 보면 '가난한 천사들' '달리는 오누이' '운동화를 찾아서'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혈육조차 배려하는 마음이 미약한 형제·자매·오누이를 둔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영화를 보여주고 교육적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영화는 세 부류로 나뉜다. 할리우드를 뒤쫓은 허울뿐인 블록버스터, 개성 없는 멜로영화, 예술을 빙자한 외설영화다. '천국의 아이들'은 돈이 없어도, 스타가 등장하지 않아도, 남녀배우를 벌거벗기지 않아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다./언론노보 303호(2001.4.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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